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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청래 직무정지' 카드로 내홍 수습 나서

정 최고위원 반발 진통 끝 결정…非盧진영 "親盧 계파 청산 아닌 보호 꼼수" 비판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5.13 17: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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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한 사실상의 '직무정지' 조치로 중대 고비를 벗어난 양상이다. 문재인 대표는 13일 공개 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에 대한 '최고위원회의 출석정지'와 징계절차 조속 진행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의 결정이 정 최고위원의 반발에 부딪히고, 당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해 지도부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혼란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읍참마속" 공식 발표 두 번 번복해 혼선 가중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오전부터 정 최고위원의 징계를 포함한 사태 수습책을 두고 회의와 발표를 반복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최고위원들은 사전회의부터 긴장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둘러앉아 논의했으나 최종 정리에 이르는 데까지도 말끔하지 못했다. 일부 최고위원은 회의 중간에 빠져나오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정 최고위원에 대해 "당분간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자숙'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며칠간 당의 규율과 기강을 위해 많은 생각을 했으며,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정 최고위원에게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으며, 주승용 최고위원도 가급적 빨리 최고위원 업무에 복귀해서 당의 정상화와 단합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이 "가급적 공개발언을 자제하되 최고위원회의에는 참석하겠다"고 밝히자 정 최고위원이 퇴장한 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거쳐 최고위원회의 출석정지라는 고강도 방침을 결정했다.

문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10시50분께 "다시 한 번 최고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분명히 밝히겠다"며 정 최고위원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출석을 정지시키겠다"고 언급했다.

최고위원회의 출석정지는 직무정지인 셈이다. 선출직 최고위원에게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드문 일이다. 당헌당규상 직무정지 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최고위원회의 출석정지는 '정치적 징계'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결정 배경은 자숙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리심판원에 정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건이 회부된 데 대해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윤리심판원에서 조속하게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전날까지 비노(非盧·비 노무현)를 중심으로 의견이 모였던 정 최고위원에 대한 출당 조치 관련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에 대한 출석정지 기한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 조치와 재보선 결과 책임 문제는 별개

문 대표가 이날 정 최고위원의 반발에도 거듭 공개 발표를 자청하며 당의 기율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줘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당원과 지지층이 만족할 만한 당직개편과 쇄신책 등을 내놓는다면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지도력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이날 두 번이나 공개 석상에서 번복하는 등 매끄럽지 못한 지도력을 보여줌으로써 당 내홍을 수습할 수 있을지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이 비노진영에선 여전히 문 대표의 '사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문 대표가 자숙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 오히려 이날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회의 후 직무정지는 아니며, 가급적 공개발언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하면서 혼선이 더해졌다. 정 최고위원은 직무정지가 당헌당규상 규정된 사항이 아니며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회의 뒤 "어젯밤과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은 발언 자제가 아니라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발언이나 공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문 대표가 그런 의미에서 '자숙'을 말한 것인데 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묵살하고 원점으로 되돌려놓으며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비노진영의 박주선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정 최고위원 개인에 관련된 문제와 재보선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는 별개"라며 "정 최고위원에 대한 조치로 문 대표 등 지도부의 책임에 면죄부를 받으려 하면 당의 장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전히 현 지도부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번 직무정지 결정이나 원탁회의 구성안 등을 "친노(親盧·친노무현) 계파를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려는 꼼수"라면서 "이번 패배는 친노 수장인 문 대표의 지도력 때문이며 문 대표가 나가야만 친노를 해체하고 청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훈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최고위원이 과도한 얘기를 했을 때 문 대표가 그 자리에서 바로 '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나무랐어야 했다"며 "문 대표가 이런 임기응변에는 능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십 문제가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기 더해 "우선 정 최고위원에 대한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음 당직 인선을 새로운 시각으로 새롭게 시작하자고 하면 상황이 수습되지 않겠는가"라는 관측과 함께 "본인은 '비선이 누가 있느냐'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런 얘기들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한편 '공갈 발언'으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정 최고위원에 대한 이번 직무정지 조치로 '열쇠'를 쥔 주 최고위원이 복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