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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향기 잃은 피죤, 신제품처럼 오너도 쇄신할 때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5.13 08: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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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피죤의 최근 행보는 눈물겨울 정도다.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1979년 8월에 설립한 피죤은 국내 최초의 섬유유연제를 개발한 토종기업이다. 설립 당시 다국적기업 제품이 득세하던 국내 섬유유연제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수십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낸 효자기업 피죤. 

"빨래엔 피죤~"이라는 CM송은 지금 들어도 너무 친숙하기만 하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창립자 이윤재 회장의 임원 청부폭행사건 이후 슬리퍼로 회사 간부 얼굴을 때리는 등 임직원들을 '일회용품' 취급한 사실과 가족중심의 독단적 경영방식이 논란을 일으키며 기업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이 회장의 공금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 불미스러운 일들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간에 알려지며 시장점유율까지 뚝 떨어졌다. 지난해 피죤 매출액은 697억5761만7185원으로 직전년 771억1688만2993원보다 73억5926만5808원 감소했다. 이에 앞선 2012년 916억4670만5940원과 비교하면 무려 218억8908만8755원이나 급감한 수치다.

이 같은 일련의 악재를 모두 염두에 둔 까닭인지 이윤재 회장의 뒤를 이어 경영일선에 나선 장녀 이주연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무척 향기롭다. 최소한 한 달가량의 보도자료만 살펴보더라도 이 부회장이 언급된 부분은 훈훈함이 넘친다. 

지난 7일 피죤은 창립 37주년을 맞아 △인사정책 강화 △인센티브제 확대 △사내교육시스템 보완 △소비자 중심 마케팅을 통한 고객 가치 증대, 4대 핵심정책과 관련한 자료를 배포했다. 

이보다 보름 정도 앞선 지난달 24일에는 소통경영을 위한 현장방문 강화를 본격화한다며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보내고 각종 경영 현황과 회사 미래 가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소식을 전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이때보다 일주일여 전인 4월15일에는 이윤재 회장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 강의실과 스터디룸을 기부했다며 자선에도 관심 있는 기업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발표한 신규 TV 광고 역시 'Fresh Up'을 콘셉트로 '스타 모델' 기용보다는 순수한 아기들의 모습을 담아 순수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업이미지 구축에 힘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탁 관련 용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오너일가에 잡티가 묻은 사실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여전하다는데 있다. 

지난해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갑'의 지위를 악용한 횡포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되는 때다. 최근 기업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피죤의 지난 과거는 안타깝게도 한동안 소비자 뇌리에 오래 남을 듯하다.

그들의 목표처럼 글로벌 세제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을 다룬 보도자료보다는 이미 등 돌린 소비자를 부끄럼 없이 마주 볼 수 있는 진정성 가득한 오너일가의 소식이 더 절실해 보인다. 

최근 피죤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생활용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키워드에 '상생'과 '혁신'을 새겨 넣었다. 이를 위시해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대 달성을 이룬다는 목표다. 

피죤이라는 단일 브랜드 하나로 30여년이 넘도록 외국계와 대기업의 견제에 맞서 대한민국 섬유유연제시장 1위를 지켜온 피죤. 이대로 주저앉기엔 피죤의 브랜드 가치가 너무나도 아깝다. 지금은 '빨래엔 피죤'을 넘어설 회생의 CM송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