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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민체육진흥공단 인사 실태 "위장도급 알고도 불법자행"

비정규직 6년간 세 차례 소속 변경…무기계약 전환 피하는 '돌려막기' 꼼수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5.12 08: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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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이하 공단)이 위장도급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비용절감을 이유 삼아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에 대한 노무 책임을 피하고자 민간위탁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공단은 6년간 동일 사업장에서 소속만 변경된 채 동일 근무를 이어가는 87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의무가 있음에도, 노무상 책임회피와 노동조합 가입 등을 방지하고자 민간위탁을 결정하고 이를 수행할 입찰을 진행, 위·수탁업체를 모집 중이다.

특히 공단은 직접 업무지시가 불가피한 질서유지업무, 시설, 경비, 의전관리 등의 업무를 위·수탁 방식으로 꾸리는 등 위장도급의 형태를 취했다는 전언이 나온다. 공단은 지난 2010년 내부문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짚었지만 또다시 위·수탁업체를 두 차례나 변경하고 근로자를 고용승계했다.

비용절감을 이유 삼아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위장도급·불법파견 등의 위법행위를 국가 공기업인 공단이 자행해 그 실태를 살펴봤다.

◆공단 내부문서 '불법파견‧위장도급' 위험상존 인지

공단은 현재 자회사인 한국체육산업개발(대표 오치정)에 위탁한 경주시설보호사업(경주사업)을 민간에 위탁, 지난 3월19일 이 같은 사실을 확정해 추진 중이다.

공단 내부문서를 보면 이 프로젝트는 경륜경정의 핵심 중 하나로, 경륜 및 경정본장과 17개 장외지점에서 고객보호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해 매년 20여차례 비상사태 대비 훈련을 하는 안전 관련 사업이다.

공단에서 민간위탁을 하는 까닭은 무기계약직 전환 예상에 따른 노무 부담을 회피하고 연 8억원의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상시지속적인 사업은 무기직 전환 대상사업이며, 핵심사업은 기관에서 직접 수행해야 함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번 입찰까지 세 번의 위·수탁 계약을 체결,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3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6년째 계속해도 몸담은 일터가 퇴사 후 재입사를 반복해 무기계약 전환을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단은 위장도급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면서도 '해당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급여삭감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공단의 '질서유지업무 용역관련 경과보고 및 추진계획(2010)'은 긴급사안 발생 시 신속한 해결을 위해 현장 지시가 불가피하나 직접 지시에 따른 불법파견 논란이 상존한다는 명시를 담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10년 위장도급 정부지침을 짚을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불법 파견 단속을 강화하고 용역직원에 대해 직접 지휘, 감독, 명령권을 행사할 경우 위장도급으로 인정해 2년 이상 근무자는 직접 채용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고위명퇴자 위해 '그린비즈' 설립 후 '일감 몰아주기'
 
이에 앞서 2010년 공단 고위직명퇴자들이 설립한 그린비즈에는 근속기간 2년 미만 자리에 공단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입사시키고 일감을 몰아줬다는 비난도 있었다.

그린비즈는 공단에서 명예퇴직자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공단 자회사다. 근속연수 25년 이상 근로자에게 3년간 동일임금을 보전해준다는 조건으로 명예퇴직자를 모집했다.

이후 그린비즈의 수익사업을 위해 공단 비정규직 300여명을 그린비즈 소속으로 전환시켰다. 소속이 바뀐 근로자들은 그린비즈와 공단 계약기간인 3년 동안 동일 장소에서 동일 근무를 했지만 이들 모두 공단의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공단이 그린비즈를 세우고 명예퇴직자들의 복지를 보장하고자 공단 일부 근로자들의 소속을 변경하고 3년간 근무한 후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파견법 위반이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도급계약으로 그린비즈와 계약을 체결해 무기계약직 전환의 의무가 없다고 해도 업무 특성상 직접지시가 불가피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는 인사·경영권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은 위장도급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도 짚었다.

공단은 위장도급 적발 위험성을 알고도, 그린비즈와 계약 종료 후 체육산업에 같은 업무를 위·수탁하고 또 그린비즈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체육산업 소속으로 돌렸다. 현재 체육산업에 위탁된 근로자들은 내달 28일까지 근무하게 된다. 6월28일은 무기직 여건인 근속기간 2년에서 단 이틀 부족한 날짜다.

체육산업개발은 공단이 24억원을 100% 출자해 공단의 부서별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웠지만 엄연히 법인격이 다른 곳이다.

체육산업개발 역시 그린비즈에서 수행하는 업무와 인원을 고용승계했으며 공단이 출자한 회사라는 이유로 인사, 업무 독립성은 더더욱 보장받기 힘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양도준 함께하는 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노동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꼬집었다.

◆또 민간입찰… 바닥에 붙은 '비정규직 권리' 

공단의 비용절감 명분 탓에 수많은 근로자들은 권리를 무시당했다. 2010년 공단 내부문서는 경쟁입찰로 외부업체에 업무를 위탁할 경우 인력관리 간소화 등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경주사업 본질적 업무의 외주에 따른 비효율성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실렸다. 

여기 더해 질서유지 업무의 경우 공단이 다시 직영하게 되면 정부의 경영평가 등에서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여기 대응해 공단이 비용을 줄이고자 선택한 방법은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비정규직 돌려막기였다. 정부의 회초리를 피하기 위해 근로자를 줄이고 이들을 민간위탁업체로 다시 돌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에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피하기 위한 인력 돌려막기"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상시·지속·안전 업무의 민간위탁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 오는 7월부터 민간위탁업체를 선정함에 따라 체육산업 근로자들은 또 소속 변경을 겪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전환 대상자의 대부분은 계속 근로가 불가능할 것을 두려워해 약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양도준 위원장은 "불합리한 제도라는 것을 근로자 대부분이 알지만 생계를 유지할 일터가 사라질까 속만 끓이고 있다"며 "누구보다 근로자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단이 비용절감의 방법으로 제일 먼저 힘없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이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권기섭 서울동부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은 "상시·지속적 업무지시가 이뤄졌다면 불법파견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긴급사안 발생 시 직접 지시가 이뤄졌다고 모두 불법파견은 아니며 대법원 판결도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고 응대했다. 

여기에 김병기 천안고용농동지청 근로개선지도2과장은 "불법파견(위장도급)은 파견업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며, 허가 없이 진행했을 때 사업주는 즉시 입건된다"며 "사용사업주는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사법처리된다"고 위장도급 처벌규정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