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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선수 앞길 가로막는 '스포츠 4대악'

김재현 칼럼니스트 기자  2015.05.11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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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스포츠 4대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체육계 비리에 대한 '4대악' 유형 중에는 조직 사유화와 횡령에 관한 신고가 가장 많았다.

종목별 스포츠단체와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이 전지훈련지에서 훈련비 횡령 등 모두 36억원 규모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최근에는 김 모 전 대한레슬링협회장이 8억원이 넘는 협회 돈을 빼돌려 개인용도로 사용해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일도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대한레슬링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업무추진비를 명목으로 4억원 이상을 부당하게 수령했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에 책정된 예비비를 빼돌려 10년간 8억2000여만원을 본인의 가전제품과 산삼 구매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필자는 꾸준히 태릉선수촌을 찾았었다. 특히 비인기종목이라 불리는 종목의 훈련장을 자주 방문했다. 태릉선수촌 필승관 1층에서 남녀 레슬링 선수들이 그 무더운 여름에 피와 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과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오히려 선물받기도 했다.

인기 스포츠뿐 아니라 전략종목의 협회와 연맹 대표자 및 관계자들 중 일부는 안타깝게도 개인의 이익이나 명예를 쌓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의 피땀이 헛되지 않도록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이들이 돈 빼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니 씁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런 부정행위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비리에 얼룩진 지도자, 관계자들은 선수 선발에서도 부정을 저지르곤 하기 때문에 정직한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지도자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해당 학교나 연맹, 협회는 선수 선발에 제한을 받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해당 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삭감돼 결국 죄 없는 선수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비리가 가장 많이 적발된 태권도 종목을 비롯해 복싱, 빙상, 펜싱, 궁도, 씨름, 승마 등에서도 악취가 진동하는 돈 빼돌리기 행태가 버젓이 벌어졌다. 선수 지원과 마케팅에 쓰여야 할 귀한 국가 자금이 체육단체 수장들의 뱃속을 채우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공평하고 정정당당한 대결이 이루어져야 하는 스포츠 세계에서 하루 빨리 비리와 불법이 근절돼야 한다. '스포츠 4대악'이라는 슬픈 소식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만큼 보상받는 상식이 통하는 체육계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비인기 종목이 다시금 관심을 받고 각종 스포츠 종목 선수들의 활약 소식이 넘쳐나는 기분 좋은 한국 스포츠 세상이 오길 희망한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국립 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명예교수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