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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중국에선 샤넬급 이랜드, 중국 집중 낫지 않나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5.07 18: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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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중국 시장 진출 20여년. 국내 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도 중국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가운데 이랜드는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공식석상에서 종종 "중국 업체들이 우리를 통해 한국 진출 사업 계획 및 협력 의뢰를 하곤 한다"며 "중국 시장은 오랜 시간 형성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중국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샤넬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전개하는 이랜드 패션 브랜드 매장에 가보니 국내에서 사라진 여러 브랜드 제품들이 기억에 남은 것과 달리 한국인의 눈에도 구매를 고려할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됐더군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4년 상하이에 생산 지사를 설립, 1996년에 브랜드를 론칭한 중국이랜드는 현재 249개 도시, 1070개 백화점과 쇼핑몰에 70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패션 사업부문 매출은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5% 이상일 정도로 높죠.

이랜드는 한국 시장을 그저 '테스트 마켓'으로 여긴지 오래입니다. 국내 시장 속 소비자 반응을 보고 그 중에서 성공한 브랜드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급으로 중국 무대에 올려 주수입을 거대 대륙에서 거둬들이는 형태죠.

최근 유통업계 화두는 큰손으로 떠오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입니다. 국내 면세점도 요우커를 타깃 한 발전 방안을 세울 정도로 중국 소비층 세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죠. 

이랜드는 지난 2012년 이랜드크루즈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패션과 유통, 외식, 레저, 건설 등 기존 의(패션)·식(외식)·주(건설)·미·휴(레저) 5대 영역 외 6번째 사업영역으로 '락(樂)'을 삼고 테마파크와 여행, 엔터테인먼트 사업 시작을 알렸습니다. 

박 부회장은 이날 '이랜드 크루즈' 출항식 간담회 자리에서 "이랜드크루즈 출항을 시작으로 해외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죠.

즉, 이랜드는 '락' 사업에 관해선 중국에서의 인기를 역이용한 요우커를 주고객층으로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광 수입원을 벌어들이는 모습입니다.  

실제 '락(樂)'의 주력 콘텐츠는 제주에 한창 진행 중인 '테마도시'입니다. 외식과 쇼핑, 놀거리와 즐길거리, 교육사업, 해외 유명인·영화 관련 소장품을 활용한 박물관 등이 결합한 테마도시를 선보여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해외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는 복안이었죠. 이를 위해 중국 현지에 여행사업부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샤넬급'으로 인식된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보게 될 이랜드의 중저가 이미지입니다. 이대 5평짜리 구멍가게에서 중저가 청바지 브랜드로 시작된 이랜드는 국내에서 여전히 중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박성수 이랜드 회장은 주로 도산했거나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사들인다는 원칙 아래 M&A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죠. 제주에 위치한 이랜드그룹의 켄싱턴호텔 역시 기존 서라벌호텔을 2008년 인수,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문을 연 탓인지 한국인 눈에는 특1급 호텔이라고 하기엔 다소 모자란 감이 많습니다.

과거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청바지 리바이스와 닉스는 국내에서 없어 못 팔정도로 높은 가격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했지만 실제 해외여행을 통해 외국에서 접한 이 브랜드들은 중저가였기에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바 있었습니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에서의 큰 소비자 인기에 힘입어 기업을 성장시켰고 이제 국내로 이랜드를 사랑하는 중국인들을 국내로 영입하려는 단계에 올인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정통한 한 유통기업 임원은 "이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중국인 고객을 영입하려는 사업을 펼치는 것보다 중국시장에 더욱 집중해 현재 샤넬급 이미지를 고수하는 게 적합할 것"이라며 "중국인 눈에 비칠 한국에서의 이랜드 이미지가 실망만 안길 것"이라며 씁쓸해 하더군요.

이랜드가 중국 사업에 더 집중해 한국판 샤넬 이미지를 굳히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