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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인 바뀐 청담동 디자이너클럽, 힘 없는 세입자 '도산위기'

용역 인력 배치·주차장 폐쇄·출입구 제한, 상인들 "강제 퇴거와 다를 바 없는 폭거"

김병호 기자 기자  2015.05.07 18: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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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디자이너클럽 건물을 둘러싼 영세세입자들과 건물주 농협은행 간의 실랑이로  서대문에 위치한 서민금융 대표주자 농협금융의 아침이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지난 6일 디자이너클럽 세입자 대표 10여명은 일찍이 농협은행 본점에 민원 제기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농협은행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하 골든브릿지)와 신탁계약을 맺고, 부동산 펀드 수탁업무를 진행 중에 30여명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박탈, 보안업체를 필두로 생존권 및 무언의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용을 들어봤다.

◆때 밀어 10년 일해 터전 잡았더니 '날벼락'

지난 6일 오전 농협은행 본사 앞에 모인 10명은 압구정 디자이너클럽 건물 세입자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디자이너클럽 내에 압구정 스파라는 여성전용 사우나 안에서 일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며, 목욕관리사, 경락·마사지, 헤어, 네일 등 30여명에 달하는 인원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급작스럽게 건물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건물에 붙은 공고문에는 디자이너클럽은 공매절차에 의해 지난 2월16일자로 주식회사 농협으로 소유주가 변경돼 이에 따라 임차인들은 본 건물을 점유, 사용부분에 대해 소유자에게 부당이득금액이 발생할 것이라며 조속히 인도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차00 목욕관리사 대표는 "이날부터 용역업체 젊은 인원들이 건물에 들어와 위화감을 조성했다"며 "덩치 큰 사내들이 여성전용 입구를 비롯해 길목마다 배치돼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얼마 후에는 주차타워 등을 공사한다는 명목 하에 가로막는 것은 물론, 건물 간판부터 입구까지 도색을 한다는 이름으로 칸막이를 설치해 문 닫았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임차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님을 끊어내, 강제로 생존권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골든브릿지와 투자신탁계약을 맺고 농협은행은 자산운용사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건물주가 세입자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입자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생보사 부동산 공시에 따르면 건물을 매수할 경우 거주 세입자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골든브릿지 관계자는 "이는 생보측이 면피를 위한 조항으로 한 번 더 확인하라는 것이지, 강제성은 없다"고 말하며, 세입자들은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한 상황. 매수자는 사후 처리 등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 자체만을 매입했으며, 기존 건물주는 세입자들이 있다고 제시하지 않아, 세입자들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향후 투자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세입자는 "상대방은 의견 조율을 말하고 있지만 세입자들은 이미 3개월을 영업도 못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오는 12월까지 임대계약을 맺고, 세금도 내고 있지만 이렇게 영업을 못하게 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골든브릿지 지시에 매입했을 뿐 '책임 없어'

디자이너클럽 건물주는 단위농협 6개를 통해 지난 2010년 610억원의 대출을 받았으며, 지난해 2월 대출만기연장불가 통보를 받았다. 3차례 만기연장이 있었지만, 건물 담보신탁의 경우 특이한 사유가 없으면 만기연장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안도했던 상황은 더욱 파국으로 내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은 이와 함께 부실대출 회수절차를 밟았으며, 한때 1300억원에 거래되던 압구정 디자이너클럽 건물은 700억원의 8차 공매에서도 유찰. 급기야 채권을 넘기기에 이르렀다. 골든브릿지사모부동산투자신탁은 최종적으로 700억원에 건물을 매매했다.

결론적으로 농협은행은 골든브릿지와 신탁계약에 의해 건물을 매수해 최종 등기 소유권자로 명시돼 있다.

부동산 펀드는 판매 자금으로 건물을 매입하고 임대수익, 매각차익 등을 통해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농협관계자는 "펀드에서 등기를 가지고 있을 수 없어 신탁업자 앞으로 등기가 됐을 뿐이며, 등기상 농협은행과 신탁등기라고 게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 제안서에서는 세입자 부분이 빠져있었다"며 "골든브릿지에 이러한 상황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법조계의 한 전문가는 "청담동 디자이너 클럽의 경우, 전형적인 대기업 가격 후려치기의 예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적법하지만 뒤가 구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즉, 자금을 빌려주고 기한을 연장해주다가 급작스럽게 이를 회수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채무자는 만기연장을 기다리고 있다가 불시에 빌린 금액을 갚지 못하고 건물을 넘기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된 것. 

문제는 자금을 빌려 쓴 건물주의 책임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불똥이 튄 것은 세입자들이다. 세입자들 중에는 때를 밀어 하루 버는 목욕관리사, 헤어, 마사지 등 10여개가 넘는 샵(shop)들이 포함돼 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을 내며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세사업자가 대부분인 상황. 건물 매수인이 다수 세입자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서 주차장을 폐쇄하고 건물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는 사실상 횡포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세입자의 입장은 안타깝지만 공매를 통해 적법하게 건물을 인수했으며, 보안업체를 통해 건물 관리 및 통제의 주체는 골든브릿지"라며 "지속적으로 세입자들의 상황을 건의해 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속칭 '용역'이라고 불리는 보안업체의 행태는 세입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물 관리 보호 차원에서 건물 곳곳, 여성전용 스파 앞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지키고 서 있어 공포감을 느낀 고객들은 입장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 세입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도색이라는 이유로 간판을 가리고 건물을 가려 영업중이라는 사실을 손님이 알 길이 없으며, 설상가상 건물 주차 시설까지 공사중이라는 이유로 폐쇄해 버린 상황이다.

세입자에 대한 사후처리 등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지만, 보안업체를 동원해 강제집행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향후 글든브릿지와 농협은행이 법적 지위와 책임을 논한기 전 하루 아침에 길거리에 나 앉게 생긴 서민들의 원망들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