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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삼성그룹 ② 지분구조…순환고리 대거 정리, 지주전환 포석?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5.04 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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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에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삼성그룹은 서로 복잡하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배구조였다. 이런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2013년 기준, 작은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50여개까지 헤아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전 큰 폭 정리됐다.

지난해 삼성카드가 제일모직 지분 5.0%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털면서 삼성그룹의 대표적 순환출자 구조인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의 연결고리는 16년 만에 끊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도 10개로 대폭 줄었다는 평가다.

이는 삼성이 3세 승계를 앞두고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와 무관치 않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복잡한 연결 상황을 최대한 끊고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중심의 수직계열 구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해왔다.

◆금융과 비금융 분리, 중간지주제도 가능성 눈길?

삼성이 향후 지배구조 변환의 과정을 겪는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될 것으로 꼽히는 곳은 제일모직이다. "과정이 진행될 때마다 (제일모직의) 지주회사 역할 즉, 지주회사 프리미엄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4일 하이투자증권) 등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의 상장 문제를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기회가 조성된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렇다.

제일모직 상장 뒤에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즉, 삼성전자 인적분할) 일명 삼성전자 홀딩스와 상장한 제일모직이 합병해 삼성지주사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교환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분할 이후 이슈는 삼성SDS 등 오너 일가 지분을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 과정, 그리고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의 주식교환 또는 합병에 이어 삼성생명 지분 주식교환 등이 이어지는 것.

그러나 지주 시스템으로 본격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은 지주사 체제 전환에 대해서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을 오래도록 유지해왔다. 막대한 자금이 드는 만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삼성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충분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전망 등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한편에서는 이 문제와 함께 중간금융지주사에 대해서도 눈길을 주고 있다.

◆국회에서의 관련법 처리 과정이 문제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요소 중 하나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 문제다. 이는 금산분리의 원칙 때문.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의 관한 법률에서는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를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제정 이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가졌던 삼성생명은 예외적으로 이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해왔기에 당장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등 그룹 전반이 꿈틀대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법적으로 금융지주(총 자산의 50% 이상이 자회사 지분)가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높은 가능성을 지닌 채 언급된다는 것. 

제일모직은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데, 제일모직이 현 상태에서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 매각해야 한다. 

이 지분의 덩어리를 일명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인수하려면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일부 언급한 바와 같다. 
 
이 와중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는 제도 개편이 해법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 부문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한다는 것이 중간금융지주 아이디어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중간금융지주라는 방안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집착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적으로도 이 같은 제도 등장이 특혜성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관건이다.

중간금융지주제가 추진된다고 해도 금산분리 효과가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같은 학자는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금산분리의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사제 도입 없이 현행 지주회사제 하에서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주장인데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주요 비상장회사를 상장하는 한 뒤 주요 계열사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절차를 통하라는 것이다.

인적분할, 현물출자, 합병, 계열분리 등 결말에 이르기까지 밟아야 할 복잡한 절차도 부담이지만 비용 문제도 관건이다.

다만 이 주장에는 멀리 이 방식이 삼성의 경제집중력이 높은 우리 한국경제에도 더 낫다는 인식이 깔려 중간금융지주의 도입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을지, 우리 사회의 공감대 형성 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를 요구받았으나 처리과정이 복잡해 당장 손을 댈 필요가 없다는 신중론 또한 강했다.

이제 변화를 위해 사전정지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그룹이 불안정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고 어떤 최상의 선택지를 만들지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윤곽선이 드러날 것이라는 기대감 어린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