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슈분석] 脫 감정노동자 "우리는 고객보다 강하다"

일·가정 양립 위한 사각지대 살핀 정책 필요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5.01 16:13:5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5월1일 '근로자의날'이 화창한 날씨와 함께 성큼 다가왔다.

대다수 기업의 근로자들이 쉴 수 있도록 배려받는 날이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다. 30일 캐시슬라이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40대 남녀 직장인 1146명 중 과반수인 53.9%가 근로자의 날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당한 처우에 가슴 가득 생채기가 난 소위 말하는 '감정노동자'들은 특히나 더 그렇다. 일하는 것이 행복하고 본인 업무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차가운 사회 인식과 허술한 정책에 자의가 아닌 타의로 감정노동자라는 틀 안에 갇힌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0∼5세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이 흔들리자 출산과 취업을 장려하는 것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다시 잃어가고 있다.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을 위해서는 여성의 취업률 증가가 관건인 만큼 이들을 보듬어 살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하나 된 목소리다.

◆고객 요구 따른 업무 스트레스·열악한 처우에 '울상'

지난해 말 MBC 무한도전 '극한알바'편에 나온 △텔레마케터(상담사) △택배 상·하차 △고층 유리창 닦기 등 힘든 직업 중에서도 정준하의 미흡한 상담사 역할은 웃음을 안겼지만 이들의 말 못할 고충을 잘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상담사에 대한 환경이 뒷받침해주지 못하자 세간에는 이들을 '감정노동자'의 대표격으로 꼽으며 동정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번졌다.

감정노동자는 배우가 연기하듯 타인의 감정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약 1년 전 성희롱한 민원인을 별도 경고조치 없이 곧바로 검찰에 고소하는 다산콜센터의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시작으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듯했지만, 아직도 적절한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곳이 수두룩하다.

업계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이를 지지해주는 정부 차원의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담사들에게 신속·정확하고도 친절한 응대와 민원 대처 능력 등이 요구되는 가운데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인 업무 스트레스와 열악한 처우에 따른 어려움이 가중된 양상이다.

한 기업에서 8년째 근무 중인 상담사 A씨는 "자부심을 갖고 전문성 있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데, 직업을 밝히면 주변 사람들이 '많이 힘들겠다'고 안쓰럽게 보기부터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담사가 불쌍하다는 여론몰이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인식과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말을 이었다.

이는 상담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감정노동 주요직업으로 콜센터 상담사를 비롯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 △홍보 도우미·판촉원 △음식서비스 관련 관리자 △검표원 △미용사 등을 꼽았다.

서비스 업종 특성상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데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각한 실정이다. 일하려는 의지가 꺾일 정도의 일부 부정적인 사회 인식과 저임금, 사회적 지원이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고객 만족해야 외부고객도 만족"


감정노동은 근로자의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실제 감정으로부터 소외시켜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우울증을 비롯해 △고혈압 △수면장애 △음주·도박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이 같은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항공에서는 기업의 경영방식을 전환, 승객이 부당하게 모욕할 경우 승무원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내부고객이 만족해야 외부고객도 만족할 수 있으므로 기업은 고객과 더불어 직원들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친고죄 조항 폐지에 따라 통신매체를 이용한 고객의 음란행위에 대해 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지자 K사는 블랙컨슈머 대응장치를 마련했다. 성희롱, 욕설 등 악성민원인일 경우 관심 고객으로 분류해 별도 관리하고 성희롱 고객에 대한 법적 절차를 갖춘 것.

또한, 한샘개발 컨택센터는 '3개월 재택근무제'를 도입, 자녀가 방학 기간에 들어갈 경우 상담사 역시 자녀와 함께 3개월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같은 3개월 재택근무로 상담사는 육아 고민 없이 근무를 계속 이어갈 수 있고 회사 역시 전문성을 갖춘 우수인력의 이직방지효과를 거두게 됐다.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서포터즈단을 구성한 정혜선 가톨릭대 교수이자 직업건강간호학회 회장은 "기업은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휴식공간과 휴식시간 제공, 기업에서 직원들을 보호해준다는 인식이 들도록 직장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고객도 감정노동 근로자들을 이웃으로 생각하고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소비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기에 감정노동의 사회적, 신체적 영향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시행, 감정노동 근로자 또한 고객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문제 발생 때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부연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