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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암행방문·돌직구 품평글' 안병익 씨온 대표 행보, 왜?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4.30 14: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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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사식당. 종일 좁은 차 안에서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택시기사들에겐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에 따라 기사들이 즐겨찾는 음식점 중에는 맛집이 적지 않다는 정설이 있다. 하지만 이른바 기사식당 중엔 규모가 작고 외관상 허름한 곳이 많고 바쁘다는 이유로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이런 정설이 있음에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기사식당 정보가 잘 알려지고 널리 공유되지 않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더욱이 기사식당 밥이 다소 자극적인 양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꺼리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기사식당 밥'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데 흥미를 느껴 글을 쓰는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런 틈새를 파고 들어 포털 다음에 '기사식당 로드를 찾아서'라는 연재를 이어가는 이가 있다. 다음 스토리볼에 글을 올리면서 기사식당을 소개한다는 포맷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주인공은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LBSNS)' 전문업체 씨온을 경영하는 안병익 대표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새로 나온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이 위치를 기반으로 한 '지도'와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요즘 두 서비스를 결합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각국에서 뜨고 있다. 많이 알려진 것이 '포스퀘어', 로컬 리뷰를 모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옐프' 등이다.

씨온은 한국의 옐프로 평가받으며 성장했다. 2010년 5월 출범 이래 씨온은 여러 의미 있는 성과물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편의 증진에 획을 그어왔다. 식신핫플레이스의 경우 '간편예약' 서비스 등 다양한 기능 가미를 시도하며 크게 인기를 모았다. 

식신핫플레이스는 출시 이후 1년 만에 65만건의 앱다운로드, 웹사이트 월간 600만회의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한국 대표 맛집정보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뒷골목 기사식당, 찾아가 보고 싶게 하는 맛깔난 글솜씨

안 대표는 이달 말 현재 12화의 기사식당 스토리를 발굴해 올렸다. 매번 맛깔나게 해당 식당의 주력 메뉴를 소개해 한 번쯤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글솜씨를 발휘 중이다. 정성스럽게 닭곰탕을 고아내는 식당 이야기를 풀어낸 스토리는 이런 그의 글실력 장점이 발휘돼 특히 많은 관심을 얻었다.

그런 한편 일방적으로 맛있다, 좋다라고만 이야기하지 않고 기사식당의 약점일 수밖에 없는 건강 문제 등에 대한 제안과 쓴소리도 적당히 가미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어느 고기볶음집에 대한 품평을 내놓는다. '알루미늄 호일에 직접 접촉하는 음식이 좋지 않다고 해 종이 호일을 그 위에 쓰지만 오랜 시간 가열하면 종이 호일도 타게 마련이다. 3인분 이상부터는 스테인레스 철판에 준비한다는데 1인분이나 2인분도 배려하면 어떨까'하는 식이다.

이 같은 코너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품이 들어간다. 더욱이 기사식당의 경우 차량 기동성을 갖춘 기사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 일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동선과 다소 떨어져 있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

오로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즐거워 기사식당 소개 중이라고 얘기하지만, 일반에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는 기사식당을 몇 배 더 수고를 감내하면서 알림으로써 식당주들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 소비자들을 만날 기회를 준다. 상대적 급부로 소비자에게는 한층 풍부한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게 그가 품을 들여 글을 쓴다고 해서 당장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역의 작은 가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씨온의 본령이라는 생각으로 그간 회사를 운영해 온 마인드가 여기서도 발동되는 것이라고 하면 정확하다.

◆'작은 가게와 함께 성장' 기사식당 순례 여가활동까지 이어져

실제로 이제 어느 정도 여유를 즐길 법도 하지만 씨온은 여전히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정의하는 벤처 마인드의 회사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정보를 장악하는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에 취해 자신의 위상을 과대평가하는 게 기업이나 기관 모두에서 쉽게 발견되는 현상이다. 빅데이터 다루기를 자산이자 특기로 하는 씨온 같은 경우는 더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씨온은 미국의 옐프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발전의 지향점을 삼으면서도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고객이나 또 다른 고객층인 지역업소들에게 군림하기 보다는 "같이 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시장 개척자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

안 대표가 개인의 여가 시간을 쪼개 허름하지만 맛이 깊은 기사식당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은 그래서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호사가의 취미나 자기 업종과 유사한 아이템을 즐기며 휴식하는 일석이조 행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스스로 발을 혹사시키며 뛰어야 개척자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벤처인다운 자기 최면의 일환인 셈이다. 그의 기사식당 여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