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유통업계, 면세점서 찾은 新성장 먹거리 '황금알 쟁탈전'

6월 입찰 신청 마감까지 총 40여일, '신성장 동력' 향한 유통기업 '눈치전'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4.28 12:33:01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유통업계가 경기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에 허덕이면서 투자를 통한 내수 활성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 방안으로 '면세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마다 높은 성장을 지속하는 면세사업을 정부가 나서 적극 육성한다는 계획이 전해지자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황금알'로 떠오른 것이다. 

정부는 오는 6월 서울시내 3곳(대기업 2곳·중소중견 1곳)과 제주 1곳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서울면세점에는 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현대백화점그룹, 롯데, 신세계,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등 유통 공룡들이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서울과 제주 면세점 추가 사업자 신청 마감은 오는 6월1일. 40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개정된 입찰 기준에 맞추기 위한 눈치작전이 여전하다.

◆일본·대만 비롯 주변국 면세사업 박차, 요우커 노린 정부 시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제주지역 관광업 종사자들과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현재 한국경제에서 가장 '핫(hot)'한 산업은 관광산업으로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관광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의 발언은 지속적으로 급증하는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것이며 엔저현상 탓에 구매력이 큰 중국 큰손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향하는 상황에 따른 것이다.

최 장관은 이미 지난해 10월, 내수 경기 불황 타파를 위해 5조원 이상 정책 자금을 추가 투입과 함께 시내 면세점을 늘림으로써 중국인 관광객 등 소비 수요를 충족시키도록 한 면세점 활성화 방안을 선언한 바 있다.

더군다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과 대만 등 주변국이 관광인프라를 위해 집중 투자하고 면세사업을 키우는 상황은 국내 면세점 경쟁력 강화 필요성에 힘을 보탠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사업을 짚은 만큼 무관세 등 혜택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도 성장을 해야 하는데 내수 경기에 발목이 잡혔으니 조건만 된다면 면세사업을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유통 대기업들, 출사표에도 여전히 '미지수'

현재까지 서울면세점에는 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현대백화점그룹, 롯데, 신세계,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가 서울 면세점 유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황금알'이 누구 품에 안길지 확신할 수 없는 이유는 관세청이 지난 6일 발표한 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 6일, 기존 100만점 기준을 1000으로 상향 조정하며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배점 기준에 △관리역량(250점) △경영능력(300점) △입지(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고용창출(150점) △상생 및 사회 환원(150점) 등을 제시했다.

이 중 '면세점 관리 역량'과 '경영능력' 점수가 550점으로 50%를 넘어서면서 기존 면세점 운영으로 경험 노하우가 있는 기업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신라는 운영 노하우가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당한 위치 선정이라는 숙제로 입지조건이 좋은 현대산업개발과 '적과의 동침'을 선택했다. 신세계와 롯데는 운영노하우는 풍부하지만 현재 면세점이 서울 중구 등지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입지 선정'을 두고 고심하는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합작법인 형태로 중견기업인 모두투어와 손잡고 '중견 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 정도'와 '나 홀로 강남지역' 선점이라는 '위치' 부분에 우위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충분하다. 다만 면세경험이 없어 높은 점수를 차지하는 '운영노하우'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남은 변수는 '이랜드 그룹' 선택은? 

이제 남은 변수는 이랜드그룹이다. 이미 중국에서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이랜드는 중국 법인이 관리하는 VIP고객만도 1000여만명이 넘는다. 

더욱이 박성경 이랜드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열린 제주 켄싱턴호텔 오픈 간담회 자리에서 "사이판을 포함해 이랜드가 진출한 해외에서 가능하면 면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면세사업 대한 관심을 표한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중소중견기업 대상의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중소중견기업으로 서울시내면세점 진출 의사를 밝힌 곳은 유진, 동화, 엔타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이다.

건설자재 전문회사인 유진기업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옛 MBC 문화방송 사옥에 시내면세점을 설립키로 하고 최근 MBC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1호 면세점 동화면세점과 인천에서 숯불갈비 가게로 시작한 외식업체 엔타스는 2013년 인천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인천공항까지 진출하는 등 이미 면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토니모리, 로만손, 홈앤쇼핑 등 10개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공항 9구역 면세점을 낙찰받았고 서울 시내면세점에는 일찌감치 진출 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이랜드는 지역 선정과 운영 노하우 부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 마땅찮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랜드가 눈을 돌려 제주시내 면세점에 진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 유대관계가 매우 밀접한 제주의 지역 특색을 감안, 제주공항공사가 입찰권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랜드 역시 지난해 제주지역에 대대적인 테마파크를 건립과 특급호텔 등을 운영하며 오래 전부터 제주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랜드그룹은 '애월국제문화복합단지'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제주 지역에 한류복합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 디즈니랜드 못지않은 테마파크를 목표로 87만6033㎡(26만5000평) 부지에 2022년까지 3단계에 걸쳐 6945억원을 투자. 테마파크형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호텔레저사업을 주관하는 '이랜드파크'를 통해선 지난해 특급호텔 '켄싱턴제주'를 열었고 이외에도 제주도에 리조트와 콘도를 운영, 제주 지역 발전에 공을 들여왔다. 

박성경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애월읍 테마파크에는 외국계 특1급 호텔을 유치할 것"이라며 "제주시측에서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하며 제주시청과의 돈독한 관계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