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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팀원, 내일은 사장님" 휴대폰 아울렛의 실험

B급 조건 가게라면 장려금만으로 굴릴 수 있다 발상전환 '성공'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4.28 09: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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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이 일을 배우는 견습 사원으로 들어가 영업을 첫걸음부터 배운다. 떡잎이 안 보이면 도태되지만, 업종에 노하우가 쌓이면 대행수로 승진하거나 그간 자신이 모은 약간의 밑천 혹은 가게 주인의 도움으로 동종 업체를 차린다.

반드시 좋은 장소에 자리를 잡지 않아도 부지런함 하나로 번듯한 가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것이다. 일본 상인들이 큰 밑천이 없는 상태에서 끊임없이 유지되고 가지치기를 하며 성장한 모델이다.

강남구 테헤란로 2길의 조그만 점포. 주소만 봐서는 강남역 4번 출구가 가까운 번화가지만, 큰 길에서 벗어나 있는 뒷골목이다. 모텔들과 식당이 자리 잡고 있어 상품을 판매하는 점포 입지로는 '1급'이라 보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 마디로 적잖은 돈을 들여야 가게를 열 수 있음에도 '목이 좋은 것만 믿고' 앉아서 장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닌 셈이다.

'휴대폰 아울렛'의 생존기는 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하지만 뭔가 남달리 접근하면 눈 앞의 막대한 유동인구를 노려봄 직한 가게 위치에서 반쯤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역 매장은 9.9㎡ 남짓한 공간을 쓰고 있다. 어느 식당의 주차장 앞에 자리잡은 가설 건물을 쓰는데 공간도 넓지 않아 컨테이너 박스에 비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바로 이 곳에서 새로운 형식의 '휴대폰 판매점 실험'이 진행 중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이들을 영업팀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얻는 동력원을 바탕으로 가게와 직원 모두가 윈윈하는 일본식 성장모델이 진행 중이다.

대부분 길가에 위치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막대한 보조금 살포를 통해 경쟁을 벌여온 것이 그간의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상황이었다.

이는 지난 10월부터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가게들이 불황을 호소하는 한계 상황으로 연결됐다. 단말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가격 경쟁의 폭이 좁아지면서 판매망에서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받기 어려운 휴대폰 아울렛 같은 조건의 가게들'부터' 경영난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오히려 휴대폰 아울렛은 자매점을 늘리고 있다.

휴대폰 아울렛은 현재 강남역 매장을 필두로, 역삼동과 서초동 등 속칭 잘 나가는 동네에만 2호점 및 3호점을 여는 데 성공했다. 이들 점포 역시 입지 조건은 1호점과 비슷한 애매모호한 입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외발 자전거는 멈추지 않는다…서바이벌 게임 '생존팀 정예화'

그렇다고 영업에 도통한 인재들을 영입해 드림팀을 짠 것도 아니다.

이들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원래 판매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영업계에 새롭게 투신해 인생 2막을 쓰는 경우들이 다수다. 일부는 신용불량자 등 취업 자체가 어려운 악조건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

휴대폰 아울렛의 생존 비밀은 최상의 임대료나 영업 귀재들에게 성과의 반대 급부로 지출해야 하는 높은 인건비를 절약하는 데 있다.

번화가에 가까우면서도 좋은 목이 아닌 곳에 최소한의 크기라는 조건을 택해 씀씀이를 최소화하게 되면, 유동인구층을 흡수하면서도 오히려 판매장려금만으로도 충분히 매장 운영과 직원들의 인건비를 챙길 수 있다는 것.

현재 단통법 시스템에서 장려금은 이동통신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것으로 당국이 아예 금지할 근거가 없다. 일례로 SK텔레콤이 지난 1월 일부 판매점에 지급되는 장려금을 상향 조정해 불법 보조금으로 투입되게끔 조장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당국이 단독 실태조사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정상적 구조는 분명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만, 적극적으로 많은 판매고를 기록해 장려금을 얻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일단 좁은 가게를 기반삼아 출격하면 종일 부지런히 유동인구 자원과 주변에 위치한 여러 회사나 가게들을 대상으로 알리기를 시도한다.

일단 찾아준 고객에게는 정직한 가격과 친절을 바탕으로 끌어당겨 거래를 튼다. 이 진입 장벽은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으면 고객이 적극적으로 주변에 입소문을 내 주는 적극적 팬층으로 발전한다.

당장 솔깃한 가격 조건을 앞세우는 방식은 단편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어디선가 불법적인 자금이나 제살깎기식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수단으로 삼기 힘들다.

영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일견 가혹한 투입 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인맥 영업을 할 기반 자체가 없거나 그런 인맥에 기대기 쑥스러운 이들에게는 끊임없이 공급되는 큰 규모의 유동인구 자원 자체가 비빌 언덕이 돼 준다.

정직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 자신감을 부여하고 실제로 이것이 실제 실적 결과물로 연결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주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다.

이렇게 살아남는 데 성공한 이들을 휴대폰 아울렛에서는 팀원이라고 부른다. 이런 선배 팀원들이 수익 성과를 내는 것을 자산삼아 가게를 굴리고 새 팀원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팀원'들과 가게 늘려가는 게 보람

당장의 성과에 눈이 어두워진 판매점 경영주들이 이를 불법 보조금으로 돌리거나, 반대로 높은 임대료 등에서 허덕이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판매점의 경우 이를 모두 인공호흡 자금으로 깎아먹어 버리는 등의 문제적 상황들에서 모두 벗어난 것이다.

김경남 대표는 삽십대의 젊은 경영자로 요식업에서 다양한 경영 경험을 쌓아왔다. 또 황충호 이사도 잡지사의 평범한 회사원에서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 판매업종에 뛰어들면서 '변신'을 택한 경우다.

이들은 단통법시대가 열리면 오히려 부지런히 정도를 걷는 방식이 가장 잘 먹히는 시장 틈새가 생기고 이 시장이 점차 커져 나갈 것이라는 생각으로 실험에 임했고 이 같은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입증했다.

처음에 김 대표가 1명으로 시작했던 '팀'은 이제 10여명의 성공한 팀원들과 '졸업'을 통해 독립해 나간 팀들이 연 2개의 자매점포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팀원들이 늘어가는 데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이사도 개업 밑천이 없더라도 노력을 출자해 함께 성장한다는 자세로 임하면 자기 점포를 키워 독립할 수 있다는 실제 사례들을 접하면서 사람들의 사기가 높다는 점을 들면서, 소규모 창업과 조합 활동의 중간모델쯤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의 실험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그간 비판만 많이 받아 온 단통법이 선순환 부산물을 내놓은 사례 발굴로 의미가 없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