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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주인은 '좋아요'그림이 안 반갑다?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4.25 1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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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엄지를 척 세운' 그림이 우선 눈길을 끕니다. 요새 기준으로 보면 페이스북의 '좋아요' 그림 같기도 하고, 좀 오래된 얘기로는 '따봉' 표시 같습니다. 한국 말고도 영어권에서도 양손 엄지손가락을 둘 다 세운다는 표현이나 제스처(two thumbs up)가 상찬의 의미로 쓰인다지요. 그래서 얼핏 보기엔,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저 건물 식당은 영업을 안 한지 좀 됐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저 외벽에 그려진 엄지손가락 그림 외에도 안쪽 경비실(관리실) 박스에도 낙서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 게 추가로 눈에 띕니다.

심지어, 자세히 들여다 보면 유리창에도 글씨 같은 게 씌여 있습니다. 이쯤 되고 보면, 아 맛있다고 광고성으로 그린 게 아니고 동네 악동들의 '그래피티'로구나 짐작이 가실 겁니다.

벽 등의 판판한 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을 그래피티라고 합니다. 1970년대 뉴욕 브롱스 빈민가에서 가난한 지역 소년들의 '거리 낙서'로 시작했고요.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걸그룹 소녀시대가 데뷔곡 뮤직비디오에 그래피티 그리는 소녀 장면을 넣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피티는 자유와 반항의 표시인 동시에 성가신 존재로 여겨집니다. 범죄학이나 형사정책을 공부해 보신 분들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기억하실 텐데요. 깨진 채 방치된 유리창이 눈에 띄면 곧 그 건물은 각종 쓰레기 투척이나 범죄 등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죠.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을 드러내는 아주 작은 징표가 곧 큰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는 셈입니다.

저 건물의 경우 그래도 여러모로 손길이 닿아서 그림만 그려놓고 도망가는 악동들 외에 다른 손길을 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그래피티들이 처음엔 바깥담장, 나중엔 경비실, 그 다음엔 식당 본관 유리창까지 손을 점차 넓혀대고 있는 걸 보면 '골칫거리'로 이미 격상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엄지를 척 세운 좋아요 그림이라도 일단 하나가 파고들면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단순히 지우기 힘들다는 것 외에도) 건물주로서는 그래피티가 반갑잖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