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5.04.22 18:10:09
[프라임경제] 지난 21일 중앙대학교 재단 이사장과 함께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사퇴 의사를 밝힌 박용성 전 이사장의 '막말'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달 대학교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교수들에게 "목을 쳐달라고 길게 뺐는데 안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는 방법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쳐줄 것이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학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학사구조 개편을 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반대하자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며 노골적인 표현으로 협박한 것.
또 박 전 이사장은 다른 이메일에서 '중앙대 교수대표 비대위'를 'Bidet(비데)' 'Bidet委員(비데위원)' 등으로 지칭하며 조롱했다. 더 큰 문제는 박 전 이사장의 이 같은 막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22일 기자회견을 진행한 교수대표 비대위에 따르면 앞서 2008년 교수들을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으로 초청한 박 전 이사장은 "내가 중앙대를 이름만 빼고 몽땅 바꾸겠다. 당신들은 지켜만 봐 달라. 만약 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교수의 손목을 자르고 가겠다"는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과거 박 전 이사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기업 경영 현장에서는 또 다른 강점으로 통했다. 개인적인 소신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그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Mr. 쓴소리'다.
실제 기업 구조조정 당시 박 전 이사장은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는 '걸레론'을 내세우며 OB맥주 매각을 주도했고, 대한상의 회장 시절에는 "기업이 핵심역량만 있으면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 경영을 해도 좋다"는 등 소신 발언을 내놨다.
2002년 3월 포스코 초청 특강에서는 "첨단병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들은 들쥐떼 근성을 갖고 있다. 어떤 사업이 좋다고 하면 충분한 검토도 없이 한꺼번에 몰려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 더해 같은 해 12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돈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 그런데 쓰는데 익숙한 정치인과 관료들은 항상 쓸 궁리만 한다"고 일침을 놨다.
당시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박 전 이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바른 소리만 해서 그런지 뒤탈을 걱정한 적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지만 신경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는 형법에도 없는 '괘씸죄'라는 게 있다"며 "인심을 잃게 되면 자기 혼자만 잃게 되고, 반대로 득이 된다면 모두한테 득이 되는데 기업인들이 뭐하려고 목청을 높이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조금은 거칠지만 소신 있는 '옳은 말'로 경영인으로 신뢰를 쌓아온 박 전 이사장은 협박성 '막말'로 모든 직무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 전 이사장의 사퇴가 씁쓸한 이유는 50년간 기업인 생활을 했지만 최고의 자리에만 오르면 불명예 퇴진하는 ‘불운의 경영인’으로 남게 됐다는 데 있다.
2005년 40년의 준비 끝에 두산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형제의 난으로 4개월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이번에도 중앙대 이사장에서 사임했다. 과거 자신이 우려했던 것처럼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형법에도 없는 '괘씸죄'로 인심을 잃고 자리를 떠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