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막말 파문을 일으킨 박용성 중앙대학교 재단 이사장이 이사장,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을 떠난 가운데 중앙대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박 전 이사장 소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직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배종혁)는 당초 상임이사가 재단 업무를 총괄했다고 판단,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중앙대를 압수수색한 자료 자료와 이사회 회의록 등을 분석한 결과 2011년 4월 이사회로부터 '적십자간호대 합병안'의 세부 추진 과정을 박 전 이사장이 위임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중앙대 법인 상임이사를 지낸 이태희 전 두산 사장과 황인태 중앙대 부총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이사장에 대한 소환조사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검찰은 중앙대 본교와 분교 통합 당시 재단 이사로 등재됐던 두산그룹 임원 1~2의 피의자 신분 소환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박 전 수석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두산그룹까지 확대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박 전 이사장이 21일 중앙대 재단 이사장 사퇴와 함께 모든 직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박 전 수석의 개인비리에서 시작한 검찰 수사가 중앙대 재단과 자신에게까지 확대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사퇴 이유로 거론된 막말 이메일 논란이 시작된 지 20여일이나 지난 시점에 사퇴의사를 밝힌 점이 우선 걸린다. 아울러, 2010년 두산중공업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회장직을 유지해온 박 전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직까지 모두 물러난 것은 의아하다는 것이다.
중앙대 교수들을 향한 막말 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사실 이사장직만 사임해도 무방하다.
과거 '형제의 난'으로 그룹 경영권을 놓고 핏줄과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면서, 교수들에게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목을) 쳐줄 것"이라는 살벌한 언급을 했던 그가 단순히 비난 여론에 밀려 모든 옷을 벗지는 않았으리라는 것.
이에 대해 두산그룹 측은 "학교 운영과 회사 경영은 분리돼 있다"며 "모든 직에서 사퇴한 각각의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중앙대 이사장을 사임하면서 모든 직함을 내려놓겠다고 동반 사임을 표명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결국 '막말 논란'이 박 이사장의 사퇴 국면에 직격탄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산적한 가운데 검찰의 칼끝이 자신의 목을 겨누자 모든 직에서 전격 사퇴했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박 전 이사장을 소환하게 되면 박 전 수석과의 유착 및 대가성 여부를 세밀히 파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전 수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 이사장과 박 전 수석이 유착한 흔적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은 청와대 수석에서 물러난 뒤 두산엔진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박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직후 그의 부인이 정기분양 시기가 아닌 때에 서울 두산타워 상가 2곳의 임차권을 취득한 사실 등이다.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의 목을 치려다 검찰 칼끝에 목을 내놓은 박 전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