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수장 공백으로 우려를 낳았던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천한 정성립 STX조선해양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에 추천하는 안을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달 29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정 내정자는 6월부터 공식적으로 대우조선을 이끌게 된다.
이런 가운데 내정자가 '외부인사'라는 이유로 대우조선 내부에서 반발 움직임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정 내정자를 두고 산업은행의 '돌려막기'가 낳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노조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정 내정자의 추천을 반대했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STX해양조선과의 통합이라는 큰 계획 아래 추천됐다는 주장이다. 과거 두 차례 대우조선의 사장을 지냈지만 '과거'일인 만큼 '외부인사'라는 주장도 이어갔다.
하지만 정 내정자 추천 이사회가 열렸던 10일에 앞서 정 내정자가 노조를 찾아가 "노조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해 사실 노조의 반대 분위기는 완화됐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어 STX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로 이병모 대한조선 대표가 추천되면서 대우조선과 STX조선해양 합병에 대한 염려도 희석됐다.
특히, 정 내정자는 "연임에 대한 욕심도 없을 뿐더러 조선업계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업황이 좋지 않은 회사를 안정시키고 다잡으려는 것"이라는 의사를 노조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내정자의 사장임기가 공식 시작되는 시기는 5월29일 임시주총이 끝난 6월이지만 업계에서는 다음 달 초 정도에 사장 직무를 준비하는 등 사실상 정 내정자의 경영 활동이 내부에서 빨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 신임 사장 내정 직후 대우조선의 비주력자산인 써닝포인트 골프장 매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대우조선은 써닝포인트 골프장을 보유한 계열사인 에프엘씨의 공개매각을 지난 1월 추진했으나 가격협상에서 시장과 이견을 보여 매각 시기를 늦췄다.
당초 지난 3월 재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우조선의 사장 인선 작업이 늦춰지면서 다시 한 번 매각 시기가 늦춰졌다. 그러나 지난 10일 정 내정자가 추천되면서 곧바로 매각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 것.
이와 관련 대우조선 측은 "정확하게 누구를 통해 지시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분위기인 것 같다"며 "잠시 늦춰졌던 에프엘씨의 매각 건을 다시 재개하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우조선은 외국 선주사들과 미뤘던 계약을 다시 추진하는 등 정 내정자 추천 이후 현장 분위기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선사인 마란탱커즈는 최근 대우조선에 31만9000DWT급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을 발주했다. 수주물량은 지난 1월 마란탱커스로부터 받은 2척의 옵션 분으로 가격은 척당 9900만달러로, 내년 말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앞서 대우조선은 싱가포르 선사인 BW LPG와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4척에 대한 선주 변경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중국선주가 발주하고 대우조선이 건조 예정이었던 건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중국 선주 측이 BW에 계약을 넘긴 것이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 관계자는 "이는 작년에 수주했던 선박으로 선주 측의 자금난 때문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수주를 다른 선주가 그 건을 그대로 승계하는 계약을 새로 한 것"이라며 "수주량이 늘어난 건 아니다"라고 제언햇다.
정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량에 영향을 주는 계약 체결은 아니지만 선주변경 계약과 신규 수주는 사장 선임 지연 등으로 한동안 끊겼던 와중에 정 내정자를 추천한 후 이뤄진 것인 만큼 의미가 있다.
업계 역시 정 내정자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 경쟁업체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인 와중에 이번 수주는 대우조선의 수주 회복 가능성을 암시하는 동시에 정 내정자의 향후 행보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변이 없다면 6월 취임할 정 내정자가 이후 조직을 새로 추스르고 추가 수주 등 해외영업력을 회복하며 노조와 화합을 이룰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