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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파문 '총리 낙마' 또 어떤 궤적 그리나

"이완구 사퇴, 끝 아닌 시작" 與野 한목소리…대응은 제각각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21 16: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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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한 단면이 드러났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사의를 표명한 것. 정치권 전체를 뒤흔들고, 국정 2인자까지 물러나게 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또 어떤 궤적을 그릴지 주목된다.

◆금품수수 정황 적은 쪽지 남긴 지 11일 만에 사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이 총리가 20일 한밤중에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자살하면서 금품 수수 액수와 정치인 이름을 적은 쪽지를 남긴 지 11일 만이다.

이 총리 측은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뭉칫돈을 건넨 정황을 적은 이 쪽지에 이 총리의 이름이 오른 데 대해 10일 "두 사람은 별다른 인연이 없다"는 등의 해명자료까지 배포하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었다.

또 지난 16일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 길에 오른 뒤에도 이 총리는 "국정을 한 치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국정을 챙기겠다"는 등 국정수행 의지를 거듭 피력했었다.

이런 가운데 한밤중 전격적 사의 표명은 악화되는 여론을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조차 '자진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면서 사퇴 압박에 굽힐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이 총리의 해명과 반박이 도리어 거짓말 논란까지 번지면서 새누리당 지도부도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방향에 맞춰 가닥을 잡은 탓이다.

박 대통령이 출국 직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가진 단독회동 결과도 악화된 여론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초 회동 결과를 존중해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27일 이후 이 총리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었다.

◆해임건의안 가결 첫 총리 불명예최악 상황 피해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경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이 총리가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건의안이 상정됐을 때 야당 의원 전부와 함께 여당 내부에서 자진사퇴를 촉구해온 일부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이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총리라는 불명예 퇴진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총리는 취임 63일 만에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피한 셈이다.

이 총리의 자진 사의 표명 형식으로 총리 거취 문제를 일단 매듭지었다 하더라도 향후 정국과 여론의 향배는 알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정부 출범 직전 김용준 후보의 사퇴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의 연쇄 낙마사태에 이어 도덕성 논란 끝에 어렵사리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 총리마저 발목이 잡히면서 여권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박 대통령이 내밀 후임 총리카드와 총리 검증 과정 등이 또 한 번 국정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당면 과제였던 이 총리 거취 문제를 푼 여야의 정국주도권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당장 "이 총리 사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당 처지에선 "후임 총리 인선 과정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정국 대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에서다.

권성동·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진 성 전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관련,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찰수사 속도 따라 리스트 파문 위력 본격 발휘

야당은 이 총리 사퇴를 기점으로 검찰에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사퇴는 '친박비리게이트'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 총리 사퇴로 친박비리게이트를 종결시키려 한다면 큰 오산이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 국정혼란 상태 국민께 즉각 사과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여권 인사 즉각 국회 소집에 응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당초 부정부패 수사는 이 총리 담화와는 무관하다는 게 정설이다. 다만 이 총리가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사정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 총리에 대한 수사는 물론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얼마나 속도를 낼 것인지도 관심사다.

아울러 대통령까지 나서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하고 있지만,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수사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가운데 검찰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규명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향후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적시된 당사자 8명은 물론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8명에 대한 수사가 일차적 수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특정인이 특정인을 찍은 것에 국한해 수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