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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해임건의안' 골든타임을 찾아라

문재인 "더는 못 기다려" 공식화…김무성 "기다려달라" 대략 난감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20 21: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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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야당이 드디어 이완구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주말을 자진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해임건의안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제 '택일'만 남은 상태다.

◆23…27…29일, 재보선 코앞 막판 여론 어디로

새정치연합이 이날 그동안 만지작거리던 해임건의안 카드를 뽑은 데는 지난 주말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말을 기점으로 한 언론은 이 총리가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지난 1년 동안 무려 200 차례 넘게 전화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 총리가 지금까지 드러난 성 전 회장과의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정황들도 포착됐다.

이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4·29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경기 성남중원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 당은 공정한 수사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임건의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하루 속히 (건의안 보고 및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우리 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당의 총의를 모아갈 것"이라며 새누리당에 의사일정 협의를 요청했다.

문 대표는 또 "총리의 정상적인 직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더구나 현직 총리가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이는 역사상 없었던 일로, 한국의 국격이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절차를 밟은 뒤 23일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이뤄지며,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된다. 또 국회법은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경우 본회의에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며, 이 기간 내에 표결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재적의원 294명 가운데 새정치연합 의원수가 130명(수감 중인 김재윤 의원 포함), 정의당이 5명이기 때문에 이 총리 해임건의안은 언제든지 발의가 가능한 상태다.

또 가결을 위해서는 재적 과반수(148명)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야당은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 총리 자진사퇴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어느 때보다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무기명투표인 탓에 여당의 표 단속에 한계가 있을뿐더러 최소 14표의 여당 이탈표만 확보하면 계산이 끝나기 때문이다.

◆'자진사퇴 불가피론' 대세…새누리 지도부 진퇴양난

지난주까지 압박용 카드였던 야당의 해임건의안 추진이 이날 공식화함으로써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선 이 총리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여론도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자진사퇴 불가피론'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는 29일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해임건의안 택일이 선거 판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이 당면한 일정은 오는 23일, 27일, 그리고 29일이다.

23일은 새정치연합이 밝힌 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일이고, 27일은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하는 날이다. 29일에는 정국의 분수령이 될 재보선이 치러진다.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견해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27일까지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이 총리의 거취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기에 결정권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것.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성남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국익을 위해 순방외교를 하는 이 와중에 며칠만 기다리면 되는데 굳이 해임건의안을 내겠다고 하는 건 정치 도의에 조금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 부탁 말씀을 드린다. 조금만 기다려 주면 대통령이 오시고, 다 일이 해결될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거듭된 '기다려달라'는 메시지 근저에는 간곡함과 복잡한 속내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 악화로 인한 이 총리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굳이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것.

또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김 대표와의 긴급 회동을 통해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새누리당마저 이 총리를 벼랑 끝에 내모는 모양새로 읽혀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 총리 사퇴 시한이 차일피일하는 사이에 재보선에서 참패하는 것 아니냐는 막판 여론의 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보선 참패가 현실이 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둔 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고, 동시에 김 대표 역시 그 책임론에서 비켜갈 수 없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에서 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중론이다. 이미 몇몇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총리의 퇴진을 요구한 데다 친이(親李·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한 이탈표 단속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면 여권 전체는 물론 현 지도부의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안겨줄 것이고, 부결되면 여론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며 "현 지도부가 진퇴양난 처지다"라고 전했다.

저간의 사정 탓에 당 내부에서는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 전 스스로 거취를 정하면 당 지도부가 부담을 덜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경우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회동으로 보류됐던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 총리 거취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9번째 총리 해임건의안…이완구 첫 '가결 주인공' 되나 

새누리당 내부와 여권 일부에서 박 대통령 귀국 전 총리 자진사퇴론이 나오면서 이 총리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까지 이 총리의 공식적인 보폭에는 변화가 없는 상태다. 지난 19일 박 대통령 순방 이후 첫 번째 외부 일정인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을 찾아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면서 오히려 기존의 견해에 쐐기를 박았다.

20일 성 전 회장과 200여 번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다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낀 채, 장애인의 날 기념식 참석 등 하루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을 뿐이다.

대통령 귀국 전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총리직을 내려놓을 경우 국정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다. 여기에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제1 야당 대표가 해임건의안 발의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 총리가 남은 일주일을 버틸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검찰이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이 총리를 상대로 소환을 통보한다면 이 총리의 자진사퇴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총리 역시 현직 총리가 검찰에 출석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보고, 소환 통보 시 총리직 사퇴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역대 발의된 총리 해임건의안 9 번째가 된다. 이 중 본회의에 상정돼 실제 표결에 부쳐진 경우는 3 차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가결된 적은 없다.

대부분 여당의 보이콧 등으로 표결까지 이르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