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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서울의 팽목항 '광화문'

최민지 기자 기자  2015.04.20 16: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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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잊지 않겠다'던 4월은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4월16일 보고도 믿을 수 없던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온국민은 비통함에 빠졌습니다. 

비극이었습니다. 진도 앞바다 팽목항은 생존자를 찾는 애타는 마음과 희생자를 향한 통곡의 목소리로 가득했습니다. 사망자 295명, 실종자 9명을 남긴 희생자 속에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았던 단원고 학생들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살아있었다면 보통의 어느 아이들처럼 대학진로를 고민하고 연애를 꿈꾸고 있었겠죠. 생을 마감하기에 아깝고 아까운 고작 18살 아이들은 결국 부모 곁으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은 또다시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빠른 조치를 취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흐른 지난 16일 오후, 광화문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행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넋을 기리기 위한 애도의 줄은 끊이지 않고 있었죠. 숙연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심상치 않은 기운이 광화문 일대에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자정이 넘어가는 시각, 퇴근을 위해 광화문으로 나온 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도로가 통제되고 수없이 많은 경찰 병력이었습니다.

길 한 곳에만 500여명 가까운 경찰들이 있더군요. 이에 맞선 시민들은 고작 10여명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통행 통제에 불편함을 겪었던 시민들도 있었죠. 

이날 경찰은 1만여명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집회 참가자들과 충돌도 있었죠.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 및 차벽이 동원됐습니다. 경찰 차량과 장비들도 훼손됐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추모의 현장은 본질을 잊은 채 얼룩졌습니다.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광화문에서 한 번 더 울어야 했습니다. 세월호 아픔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광화문이 서울의 팽목항으로 변한 것입니다.

정부를 포함한 우리는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를 향한 칼날과 불신이 아닌 재발 방지 대책과 희생자에 대한 애도가 먼저라는 것을요. 

우리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또다시 이런 아픔을 겪지 않도록 범정부적으로 노력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헤아려야 합니다. 단원고 학생들이 외치던 "잊지 말아주세요"를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