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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형성 한국경제법학회 신임 회장

"독점기업엔 회초리, 모범기업엔 상 주는 경제법학회 될 것"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4.16 13: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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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제가 대학생활을 하던 1차 오일쇼크 때와 비교해도 지금이 훨씬 어렵죠. 그때는 그래도 워낙 우리 경제가 성장기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기간이라 하더라도 상당한 성장세가 유지되는 게 가능했어요. 취업난이라 해도 지금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우리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젊은이들에게 격려 말씀을 해달라는 가벼운 첫 질문에 김형성 한국경제법학회 신임 회장은 우리 경제가 겪는 저성장 고통과 과거 경제 문제를 비교 대조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또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서 유보금을 많이 쌓고만 있더라도 '아무 곳에나' 투자를 하라고 독려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으로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법학자는 규제론자'라는 잘못된 상식을 깨는 발언을 여럿 내놨다.

또 "우리나라 보수층의 상당수는 당장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고 무엇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 질서인지 관심이 없는 경향이 있다. 당장 손 안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인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경제법에 대한 식견이 사회 전반에 두루 퍼져야 한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가 이끌게 될 경제법학회는 특히 공정거래법과 소비자기본법, 약관규제법 등 개별법률부터 경제에 대한 법적 규제의 철학적 배경까지 모두 아우르는 경제정의문제 연구의 최일선이다.

잘못된 기업 행태만이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오해도 해결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신임 회장의 각오가 남다르다.

◆헌법학자가 바라본 경제법 질서는?

학회의 연구와 대외적 역할 강화 모두에 '퀀텀점프'를 구상 중인 김형성 신임 회장은 1995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 재직 중인 학자로(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 이 학회와 오래 인연을 맺으며 부회장과 수석부회장 등 역할을 소화해 왔다.

경찰청 인권위원장을 지냈고, 국회 입법조사처가 생길 때 초대 처장을 역임하면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여한 바 있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과 사회적 기여 외에도 사람들은 김 회장을 헌법학자로 기억한다. 이미 한국헌법학회을 역임하는 등 헌법학계에서 권위 있는 교수로 대들보 역을 했다.

이런 이력을 살려 김 회장은 우리 사회와 경제가 겪는 상황에서 경제법학회가 어떤 답을 찾아내야 하는지에 대해 치우친 사고 대신 종합적인 관점에서 길라잡이 역할을 할 뜻을 시사했다.

김 회장은 일반적으로 상법이나 민법 교수들이 경제법을 함께 연구하지 않느냐는 상식과 달리 많은 공법(헌법 및 행정법) 학자와 실무가들이 경제법학회를 함께 구성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 자신이 헌법학자지만, 괴팅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 논문 바로 '경제조정법률에 있어서 비례성 원칙의 의의'였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에 비례성 원칙 이야기가 아직 활발히 제기되지 않을 때 이를 다룬 것"이라면서 "국가가 경제에 개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개입이 과연 위헌인가, 합헌인가를 가리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 기준이 과잉금지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날 우리 헌법재판소도 이 원칙을 핵심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1953년생인 김 회장의 학문적 위치를 고려하면 선진적인 논의를 학계에 제시했던 셈이다.

이처럼 선구적 방법론 제시와 함께 헌법적 가치에서 경제법을 바라보는 '눈'을 한국 사회에 제시하면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인연 덕에 김 회장은 헌법 연구에 천착하면서도 한편 경제법학회의 일원으로 몸담게 된다.

경제법학회는 1978년 설립돼 우리나라에 공정거래법 등 경제법 질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역사에 비해서도 뿌리가 깊다. 다만 경제법 영역이 확실히 발전하지 못했던 현실 여건상 한때 활동이 축소됐던 시기도 없지 않았다.

김 회장은 "90년대 중반에 와서 재창립에 가까운 리노베이션을 하게 됐다. 이때 우리 경제 볼륨도 커졌고, 그런 한편 국민들이나 학계에서나 경제법에 대한 관심도 점차 고조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학회 중흥의 기회가 열렸다"고 회상했다.

이 무렵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많은 공법 및 사법학자들과 학회를 중흥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렇게 학회가 발전하고 성장하게 됐다는 점은 학회가 다룰 연구 이슈와 회장 등 임원진의 역할이 그만큼 막중해진다는 뜻도 된다.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지금도 경제법학회가 직면한 이슈가 상당하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여럿 제출되고 순환출자 문제, 자회사의 다중소송문제라든지 현안은 정말이지 많다"면서 우리 경제에 법적인 규제와 관리가 필요한  안건이 한둘이 아니며 이는 점차 가지 치듯 늘어간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집단의 속칭 문어발식 확장과 담합 등 각종 병폐에 대해 "대기업이 스스로 안 해주면 좋은데, 기업의 생리는 사실 돈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유혹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는 "한국처럼 자본주의 역사가 일천한 경우에는 이 같은 자기제어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가 더욱 어렵다. 자본주의 윤리성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고심을 드러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학자로서 이 정치적 이슈화의 점화 과정에 대해 간결한 설명을 제시했던 그는 "경제민주화는 결국 추진이 제대로 안 됐는데, 아마 역시 이런 것이 역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잠시 잠복했지만 앞으로 개헌 등 국면이 온다면 이에 대한 논쟁이 격돌할 것이라는 견해다.

그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동시에 경제법학회가 깊은 연구와 어젠다 제시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불태우는 것도 이 같은 우리 사회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 때문이다.

◆우리 경제질서 갈등 해소, '오픈 구조' 이해가 열쇠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헌법이 예정한 경제질서에 대한 이견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을 김 회장은 어떻게 보고 있고 또 해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우리 헌법이 생각하는 경제질서는 자유경제도, 사회적시장경제도 아닌 '개방'경제체제"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경제가 좋을 때는 자유롭게 (기업이 활동하도록) 할 수 있고, 경제가 나쁠 때 예를 들어 IMF 구제금융시기 같은 경우 국가가 적극적으로 빅딜도 성사시켜야 하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경제질서고, 헌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면 경제민주화 논쟁의 제2라운드가 소모전이 아닌 보다 건강한 국가발전 원동력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런 경제와 경제법에 대한 조감도를 갖고 있기 때문일까. 김 회장은 기업이 이익 추구의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감시와 규제의 대상이기만 하다는 접근은 지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이 사상 최대로 부과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경제법 구조가 가동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기업들의 병폐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그의 이 같은 철학은 돋보인다.

즉 기업들이 규제 당국, 법적 시스템을 시험하려 하고 숨바꼭질을 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 고의적이고 명백한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단순한 과징금 수준이 아니라 징벌적 과징금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여기 더해 "또 기업이 조세절차 범주에서 벗어나 편법적으로 상속을 하는 데 자회사 등을 악용한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사업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이라고 원칙과 예외를 분명히 갈랐다.

아울러 이처럼 기업의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면서 국민적 의식 전환과 관심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덧붙여 김 회장은 기업 총수 등을 처벌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업무상 배임죄가 문제라는 점을 함께 언급, 소개하면서 "기업이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는데 비해 법 적용선이 불명확해 예측이 어렵다는 점은 문제"라고 짚었다.

이제 기업의 잘잘못을 분명히 가리고 편견없이 바라보는 공평한 경제법질서의 2.0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라 눈길을 끈다.

◆잘한 기업 북돋우는 문화 절실 '시상식' 등 검토

김 회장은 이런 측면에서 학자들만 관심을 갖게 되는 어렵고 세부적인 주제에만 매달리지 않고 일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주제들을 선정, 학회가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일단 금년 여름에 대중소기업의 상생관계에 대해 학술회의를 할 예정이며, 아직 확정은 안 됐지만 기업의 활동과 관련한 여러 정보 취득과 IoT(사물인터넷)가 개인정보보호와 어떻게 조화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의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이는 금용 쪽에서 문제가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서 보안문제 등으로도 연결 지어 그런 쪽에도 신경을 쓸 것이다. 이는 경제법학회에서는 아직 접근을 안 해 본 영역"이라며 경제법학자들이 한층 더 확장된 연구사업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기업이 잘못된 문제를 제어하는 것이 경제법의 기능이지만, 제대로 잘 하는 기업에 대한 평가도 분먕 있어야 할 것이라며 "올해 중으로 경제법질서에 부합하는 모범적 경영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상식을 마련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첨언했다.

자료 제출을 받는 등 기업에 대한 감시와 관찰이 상당히 필요한 고된 작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학회장 임기가 2년인 만큼, 올해 첫 테이프를 끊고 임기 중에 두 차례 시상식을 연다면 그 이후에는 정착되지 않겠느냐"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경제와 관련된 법규범을 통틀어 경제법이라 할 수도 있고, 좁은 의미에서 경쟁제한과 소비자보호 이런 몇 가지를 특히 얘기할 수도 있지만 학회를 중건할 때 우리 경제법학회는 좀 더 큰 개념으로 보자고 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는 부연도 있었다.

성장정체시대에 직면한 한국에서 경제법학회가 휘슬 블로어(심판) 역할만이 아니라 내비게이션 역할도 맡을 수 있다는 관점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