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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면 눈덩이 의혹…이완구 거취 최종 선택은?

'부패와의 전쟁' 선언 한 달 만에 총리 자신 '사정 대상' 놓인 역설적 상황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15 17: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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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블랙홀'에 빠졌다.

숱한 의혹 속에서 총리에 취임한 직후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도리어 총리 자신이 '사정의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목숨까지 내놓겠다"면서 결백을 주장했지만 하루 만에 이 총리와 성 전 회장과의 밀착 관계가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5일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세부 정황까지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2013년 4·24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둔 4월 4일 오후 4시 30분경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했고, 성 전 회장의 차안에 있던 '비타500 박스'를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만나는 칸막이안 테이블에 올려놓고 왔다는 성 전 회장 측 인사의 진술을 보도했다.

전날 성 전 회장이 이 총리에게 선거 지원금으로 3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이 2013년부터 20개월 동안 스물 세 차례에 걸쳐 이 총리를 만났다는 내용의 비망록도 공개됐다.

이 총리가 결연한 각오로 '목숨'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하며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주변의 상황과 여론은 갈수록 악화되는 형국이다.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이 총리 관련 짙은 의혹 때문에 그를 향한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연일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현직 총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나라 체면도 말이 아니게 된다"며 "총리가 검찰수사를 자청하려면 스스로 직책부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국민을 더 이상 참담하게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내일 대통령께서 출국하게 되면, 이완구 총리가 국가수반의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해외 출장으로 공백 기간인 12일 동안 실질적인 국가수반역할을 하게 될 현 국무총리가 검찰에 출석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 국가이미지에 먹칠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성명을 내고 "모두가 진실을 원한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숨진 성완종 회장, 이 총리 본인도 진실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명백히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이 총리가 결단해주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 같은 사퇴 압박에도 이 총리는 총리직을 계속 유지하며 검찰 수사를 받음으로써 현직 총리로서 처음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 기록'을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는 "한 분의 근거없는 메모 내지 진술 한 마디로 막중한 총리직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사퇴 요구를 물리친 바 있다.

이 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나, 금품수수 의혹 시인이 아닌 논란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한 사과로 읽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