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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의 '만 2년차 징크스' 깰 수 있을까?

삼성 1등 DNA 접목 강조했지만, 잇단 사고에 녹록지 않은 국내외 상황 우려

이지숙 기자 기자  2015.04.10 17: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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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잇단 악재에 직면한 삼성카드를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수장인 원기찬 사장의 만 2년차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계 금융시장을 겨냥하고,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이지만, 고객 신뢰도 하락과 불안한 수익구조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원 사장의 리더십이 올 하반기 어떤 결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녹록지 않은 분위기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삼성카드가 올 초부터 줄줄이 터진 사고에 힘든 1분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원기찬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 인사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해 온 '인사통'으로, '이재용 사람들'로 꼽히는 삼성전자 출신이 각 계열사 CEO로 대폭 임명돼 눈길을 끌었던 2013년 12월 당시 삼성카드 수장에 선임됐다.

그만큼 원 사장의 각오는 시작부터 대단했다. 지난해 3월 공식적인 취임 후 "삼성 1등 DNA를 삼성카드에 접목하겠다"던 그는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끌어올리는데 힘써왔다. 하지만, 만 2년차인 원 사장의 을미년은 잇단 악재에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 CEO들에게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혁신 사례를 주목하고, 글로벌 금융 시장 개척을 위해 M&A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글로벌 시장 개척을 주문한 바 있다. 원 사장이 이 부회장의 주문에 응답할 수 있을지도 살펴볼 일이다.

◆고객신뢰 하락에 매출 공백마저 '불안'

삼성카드는 올 1분기 연말정산과 전산 오류 등 사고가 매월 터지며, 소비자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3월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이하 복합할부) 취급까지 중단되며 매출 공백마저 우려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올 초 국세청에 제공해야 할 고객 연말정산정보를 일부 누락했다. 2014년 신용카드 사용내역 중 대중교통 사용금액을 추출해 국세청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6개 고속버스 가맹점 사용액을 대중교통 사용분으로 분류하지 않아 삼성카드 고객 48만명, 174억원의 대중교통 사용금액이 누락된 것.

또, 삼성카드는 SK텔레콤에서 포인트 연계 할부 서비스(폰세이브)를 활용해 통신단말기를 구매한 금액도 국세청에 통보하지 않아 12만명이 구입한 416억원의 금액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과정에서 2013년분이 누락된 사실도 밝혀져 고객 원성도 그만큼 컸던 사례다.

올 2월에는 설 연휴 기간 동안 전산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며 전산오류가 발생해 일부 고객들이 납부 오류, 후불교통카드 중복결제 등의 불편도 겪었다.

3월에는 현대차와 복합할부 협상에 실패하며 매출 타격이 우려됐다. 삼성카드의 복합할부 연 매출액은 1조2500억원으로 총 매출 96조원의 1%를 상회한다.

현재 삼성카드는 복합할부 중단으로 인한 매출 공백을 다른 영업부분에서 최대한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서는 삼성카드가 타 카드사에 비해 복합할부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신한카드와 같은 자체 상품을 갖고 있지 않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밖에도 5월 가맹점 독점 계약이 종료되는 코스트코와의 계약 유지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새나온다. 코스트코 고객들이 삼성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은 연간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삼성카드와 5월 계약종료를 앞두고 타 카드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골자다. 일부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 코스트코를 잡기 위해 TF팀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계약기간이 5월 중순까지인 만큼 기간 내에 계약을 마치는 걸로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 해외 미션 강조했지만, 현재로선 '엇박자' 

이러한 우려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올해 이재용 부회장의 미션인 '글로벌 시장 개척'을 원 사장이 잘 따를지도 미지수다.

복합할부의 매출 공백을 채울 묘안과 코스트코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국내서 타격을 입은 삼성카드가 해외 시장 개척에 온전한 힘을 쏟기란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삼성카드는 그간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해외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해왔다. 현재 미국 뉴욕에 해외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소를 두고 있는 삼성카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에 법인이나 지점 설립 계획을 검토 중이다.

원 사장은 지난해 "베트남은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다수 진출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향후 삼성카드가 진출했을 경우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까지 베트남 진출에 대해서는 정확히 결정된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가량 늘어났다. 상품자산 증가로 영업수익이 늘어났고 금융비용과 대손비용이 줄어든 결과로 제일모직 등 계열사 주식 매각에 따른 일회성 요인까지 더해지면 당기순이익은 6560억원으로 늘어난다.

※ 소포모어 징크스: 2년차라는 의미의 'sophomore'와 'jinx'가 결합한 합성어다. 첫 번째 결과물에 비해 두 번째 결과물이 흥행과 완성도에 있어 부진한 현상을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