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성완종 리스트' 청와대·여당 옥죄다

정권 실세들 "사실 무근" 줄줄이 해명 진풍경…野 "朴 대통령 직접 나서라" 압박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10 18:11:1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현 정권의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을 비롯해 실세들에게도 거액을 건넸다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3명 적시청와대 직격탄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폭로'에 이어 10일 발견된 로비 정황을 적은 쪽지 내용이 박근혜 정권 핵심부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앞서 지목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외에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에 현 정권 실세 5~6명의 이름이 적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오는 429일 재·보궐선거에 이어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 인사들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는 직격탄을 맞았다. 성 전 회장이 시점까지 정확히 언급하며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 두 사람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육성으로 유고를 남긴 데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에 현 이병기 비서실장의 이름까지 거론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최대한 말을 아낀 채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현 정권 실세들은 이날 자료까지 내어 해명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김기춘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610만달러를 줬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 "맹세코 그런 적 없다. 전적으로 지어낸 얘기"라고 부인했다.

허태열 전 실장은 성 전 회장이 20077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 이날 오후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자신이 클린경선 원칙 하에 돈에 대해서는 결백할 정도로 엄격했고,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캠프 요원들에게도 강조해왔기 때문에 그런 금품거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도 성 전 회장의 쪽지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보도와 관련, "성 전 회장이 자신은 결백하니 도와달라며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데 대해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고 해명에 나섰다.

이 실장은 이날 오후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서 "성 전 회장은 최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을 즈음 이뤄진 통화에서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며 구명을 요청한 바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쪽지 등장 정치인 "금품수수한 적 없다" 이구동성

홍문종 의원도 이날 오후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19대 국회 이전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고, 개인적으로 둘이 만난 적이 없다"면서 '음모'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 또 "성 전 회장은 사업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면 친박이든, 친이든, 친노든 가리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더라"며 '카더라'를 인용하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도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나는) 성 회장을 잘 알지못하고 돈을 받을 정도로 친밀감이 없다"며 "내 이름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정치판에는 중진 정치인 이상이 되면 로비하려고 종종 빙자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9~10일 이틀간 휴가 중인 유정복 인천시장도 대변인을 통해 "금품 수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시장은 2007년 대선 당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

우승봉 인천시 대변인은 "언론보도를 접하고 사실관계를 물었더니 시장께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원 한푼 받은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며 "곧 해명자료를 낼 것"이라고 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몇 번 통화하고 만나기도 했지만,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넬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서 시장은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았을 때 성 전 회장이 선진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었고 두 당의 통합과정을 함께 논의했기 때문에 그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그분의 일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메모를 남긴 점에 대해서는 그저 황당하고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완구 총리 측도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에 이 총리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보도에 대해 "두 사람은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은 19대 국회에서 1년동안 같이 국회의원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는 것.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지난 16대 국회에서 자민련 소속으로 같은 당적을 가졌으나, 당시 성 전 회장이 의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민적 의혹의 시선, 결국 대통령으로 쏠릴 것"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전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박근혜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하고 총공세를 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정황을 적은 쪽지가 발견되자 긴급 회의를 소집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성 전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의 내용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망라된 한국 정치사의 최대 부패 스캔들로 기록될 것이다. 한마디로 친박(친박근혜) 권력의 총체적 부정부패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쪽지에 거론된 인사들의 이름을 열거한 뒤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또 "등장인물 모두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라는 점을 절대 지나쳐선 안 된다. 모든 국민적 의혹의 시선은 결국 대통령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며 검찰에도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뒤 "거명된 인사들도 낱낱이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앞서 발견된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에는 김기춘·허태열 두 사람과 관련된 내용 외에 '홍준표(1), 부산시장(2), 홍문종(2), 유정복(3), 이병기, 이완구' 등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