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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로운 시작, 은퇴" 황정애 KARP 사무총장

20여개 지회, 회원 15만명 보유…은퇴문화·노령사회 선도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4.10 17: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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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노인인구의 비중이 갈수록 늘고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백세시대가 도래하자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들의 노후대비에 대한 심각성도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중장년층의 전직지원, 교육, 상담 등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은퇴문화에 초점을 둔 단체가 있으니 바로 대한은퇴자협회(회장 주명룡·KARP)다. 이들의 당찬 행보를 살펴보고자 지난 7일 서울시 광진구에 자리한 KARP를 방문, 황정애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삶의 질 향상 위한 사회변화 운동 실천 "에이징 이슈에 눈 떠라" 

"NGO라는 건 비정부기구입니다. 정부가 못하는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한 부분을 포커스로 두고, 법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해야 하죠."

마주앉은 황정애 KARP 사무총장이 두 눈에 열정을 빛내며 말문을 열었다. KARP는 4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미국은퇴자협회(AARP)를 모델로 지난 1996년 뉴욕에서 설립한 UN NGO다.

2002년 본부를 서울로 옮긴 KARP는 UN을 비롯한 국내외 1만여개 에이징 관련 NGO들과 연계해 한국의 퇴직 전·후 세대를 비롯해 전 연령층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변화 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 일환으로 KARP는 자식·부모 세대 간 대화와 논의를 통해 △고용 △경제 △문화 △사회적 문제 등을 준비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세대통합 운동 YOU(Young, Old United) 캠페인을 올해로 13년째 전개 중이다.

아울러 KARP가 7년간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인 끝에 '연령차별 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은 "지금 우리나라 구조는 역삼각형을 띄는데 이를 받쳐주는 프레임이 없으면 주저앉게 된다"며 "어떤 물리학자가 와도 무너지기 마련, 사이드에 받쳐주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우리나라에 맞는 인구 정책을 통한 에이징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부문에서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1위를 달리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인생의 반을 살고 직장에 쫓겨난 후 대비가 없다"며 "위에서 받쳐주는 것 없이 무너지면 이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이들의 척추를 부러뜨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고용, 복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 균형은 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일을 안하는 사람은 본인의 직업이 있는 사람보다 노년성 질환이 빨리 온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장년희망일자리센터·찾아가는 상담실 '제2인생설계' 지원

#. 김모씨는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중 주민들의 폭언과 무시 등 감정노동에 시달려 일을 그만두게 됐다. 이에 KARP는 그를 작년 8월 모요양병원에 장년취업인턴을 알선했고 김씨는 환자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김씨의 열정과 성실함을 눈여겨 본 요양병원 측은 "좋은 분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정규직 전환은 물론, 충원을 요청해왔다.

황 사무총장은 "KARP는 제2인생을 준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리타이어(은퇴)를 리스타트로 본다"고 말했다.

KARP는 지난 2002년부터 은퇴준비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빨리 일 잡아 달라는데 무슨 교육이냐"며 왜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강의를 듣고 나면 생각의 전환과 함께 태도 또한 달라진다고.

그는 "은퇴준비교육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앞으로 남은 반생을 설계해봤으면 한다"며 "교육과 상담은 보조역할을 할 뿐 인생재설계 결정은 본인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KARP는 일자리를 소개할 때 '왜 해야 하는가'를 기본적으로 교육하고 상담해주며 희망하는 것에 '최대 공약수'로 알선, 며칠 만에 나올 것을 몇 개월·몇 년으로 늘리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를 인정받아 전경련, 중소기업청 등 규모 있는 기관에서 하는 고용노동부의 전직지원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사업 초기 일각에서는 NGO라니 생뚱맞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원래 해오던 일을 소신껏 하는 것이었을 뿐 'KARP에서 해야 한다 '저 사람들이 최적이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지정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로서 5대 경제단체와 나란히 40대 이상 중장년층 남녀 퇴직(예정)자에게 △재취업 상담 △일자리 알선 △제2인생설계 △전직지원 컨설팅 △사회참여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철역 근처, 주말 등산로 입구 등 중장년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로드캠페인을 한다. 영세한 사람들 많은 곳에 '찾아가는 상담실'을 열고 구인구직에 도움주기 위함이다. 

또한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퇴직예정자 교육을 비롯해 장년사관학교, 타오름콘서트, 타오름 아카데미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KARP 스탭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풀타임 10명, 파트타임 직원 3,4명을 비롯해 20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스탭을 뽑을 때는 경험이 많은 사람보다 경력 단절됐거나 일에 성의가 있는 사람을 중점적으로 본다. 영재가 아니라 중장년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황 사무총장은 "우리 스탭들은 종종 천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두 열심히, 초심을 잃지 않고 상대 마음을 헤아리면서 잘 해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20여곳의 지회를 둔 KARP는 만 20세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온·오프라인 회원이 15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 가입자는 60대·50대 회원 비율이 가장 높지만 20·30대도 많은 편이다.

그는 "큰 힘은 없지만 계속해서 하는 것이 NGO의 힘이자 역할"이라며 "우리나라는 작은 나라지만 장년들이 뜻과 힘을 모아 우리나라가 젊은이들도 잘 살 수 있는 모범 역할을 했으면 하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KARP는 향후에도 정책제안과 더불어 제대로 하는지 모니터링하며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방법을 강구할 방침이다. 

인터뷰 말미 황 사무총장의 앞으로의 각오와 작은 바람에 대해 들어봤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죽을 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밥값을 하고 가는 거다'라고 말하는데요. 대단하고 거창하게가 아니라 저마다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모두 함께 열심히 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