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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민심 르포③] 인천 서·강화을 "젊은층 유입, 승패 변수"

정서 다른 두 지역 유권자 수도 달라…유력후보 중 고향사람 없어 민심 흔들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09 09: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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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선거도 선거지만 지하철 공사나 빨리 완공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7일 오전 인천시 서구 검단사거리에서 만난 검단4동 주민 김모씨(39·여)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들어 이곳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은 걸 보고 선거가 가까워졌다는 걸 알았다"면서 "신도시에 걸맞지 않게 도심이 정리도 잘 되지 않은 곳인데 지하철 공사에다 여기저기 현수막이 내걸리면서 동네가 더 지저분해 보인다"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검단 주민들 "신도시값 못한다" 불만 팽배

4·29 재·보궐선거를 3주 남짓 앞두고 인천 서·강화을을 찾았다. 서구 검단1동~검단5동과 강화군 전체가 선거구다.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으로, 이번 재보선이 마지막으로 결정됐다.

검단사거리는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선거사무소를 연 곳이다. 아직 찬 기운이 섞인 봄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 탓인지 후보들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현수막 아래로 주민들이 무심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인근 부천에 살다가 10여년 전 검단3동으로 이사를 온 이모씨(64)는 "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주변 오피스텔이나 부동산에 나붙은 '시세'를 한번 보라고도 했다. 이씨는 "신도시라고 해서 터전을 버리고 검단 아파트로 왔다"며 "10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헐값에 거래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주인 김모씨(62)는 "서구 지역은 김포 소속이었다가 20여년 전에 인천에 편입된 곳인데, 지금처럼 인구가 많았던 게 아니어서 딱히 정치적 성향이 어디다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지역"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근 지역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뜨내기' 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구 지역의 현안으로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완공 △검단 지역 쓰레기 매립장 폐장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을 꼽았다.

함께 장을 보러 나온 검단1동 주민 이모씨(42·여)와 박모씨(39·여)는 선거 물음에 손사래부터 쳤다. 마지못해 나선 이씨는 "둘 다 선거 때만 되면 나오는 사람들인지 여당이나 야당 후보 모두 눈에 익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박씨를 보고 웃었다.

그는 무슨 결심이라도 선 듯 "여당 후보는 인천시장까지 했으니 그만해도 되는 거 아니냐"라고 반문하며, "야당 후보는 선거에 자주 나와도 아직 한 번도 못 해봤으니, 1년짜리 국회의원이라도 시켜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쓰레기 매립장이나 음식물 처리장 인근에서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날씨가 궂은 저기압 때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것을 다 안다"며 "특히 이 지역은 쓰레기 매립장을 오가는 트럭에서 나는 냄새도 코를 찌른다"고 꼬집었다.  

◆강화 출신 인사들 '지원사격' 통할까

검단에서 40분가량 달려 강화군청 인근에 도착했다. 식당 주인 박모씨(55)는 "강화도 사람들은 고향 사람을 선호한다"며 "낯익은 후보들은 고향 사람이 아니고, 최근 출마한 야당 후보의 고향이 여기라고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옆에서 얘기를 듣고 있던 인근 선원면 주민 이모씨(76)는 "그렇지 않아도 낙후된 곳이 강화인데 고향 사람이 돼야 발전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고향 사람이 없으면, 차선으로 여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여당 후보가 돼야 숙원 사업인 강화-영종 연도교 건설 등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인근 시장에서 만난 불은면 주민 김모씨(57·여)는 고향이 전북 김제라고 했다. 그는 "시집와서 보니 북한이 가까워서 그런지 여당 지지층이 두꺼운 곳"이라고 강조하며, "하지만 계속 여당이 했는데도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 또 이곳"이라고 복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강화는 관광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읍내나 몇몇 해안가를 빼고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 대부분"이라고 규정하며, "강화만의 특별함을 살려 관광지로 승부하거나 아니면 특화된 농업이든 뭔가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공약이 있는지… 그런 걸 보고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강화는 장년층이 집중된 데다 대(代)를 이어 살아온 주민들이 많은 탓에 지역 출신 후보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하지만 여당과 제1 야당 두 유력 후보가 강화 출신이 아니어서 민심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서·강화을 재보선에는 충남 태안 출신으로 인천시장을 지냈던 안상수 새누리당 후보(68)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음에도 이 지역에서만 네 번째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고 있는 치과의사 출신의 신동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53)가 일찌감치 접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강화 출신의 박종현 정의당 후보(40)가 뒤늦게 합류했다. 

이 때문인지 강화에선 박 후보가 얼마나 지역 민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강화 출신의 안덕수 새누리당 전 의원이 안 후보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지원하는지, 또 강화 출신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지원 사격이 통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이에 반해 강화 전체 유권자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서구 지역에서는 최근 들어 젊은층의 유입으로 야당 성향으로 분석되면서, 투표율이 선거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