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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GS25 '역사의식' 유감

이종엽 편집부국장 기자  2015.04.07 16: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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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센한또(조선반도)에 조센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조센진이라 부르는게 뭐가 나쁘냐."

위 글은 80년대 한일 양국 간 가장 첨예하게 대립된 사건인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을 인용한 당시 신문 기사 중 일부분이다.

'지문날인 거부운동'은 일본의 전근대적 외국인 차별과 감시에 대한 재일한인의 조직적 저항운동이며 당시 재일교포 2세로 불과 12살에 불과한 임현일 학생이 학교 내 차별에 반발해 자살하면서 국제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불과 얼마 전까지 '조센진'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는 너무 익숙한 단어이자 '반도인'과 함께 쓰인 일상 생활어였다.

만 35년간 자행된 인류 역사상 전례 없는 일제의 만행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와 말들에 여전히 일제의 잔재가 남았고 이를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그 말을 사용 중이다.

'국민학교'가 일제 '황국신민학교'에 그 어원을 두고 있어 지금의 초등학교로 바뀐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을 일본 천황의 백성으로 만들겠다'는 황민화(皇民化)정책 및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내선일체(內鮮一體) 정책과 반도적성격론, 타율성론, 정체성론 등 식민사관 주입을 통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차츰 망각하게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한반도'라는 표현은 일본식 조어로 이미 해방 후 끊임없이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이 우리를 '반도' '반도인'이라 부를 때는 자신들은 점령자 위치에 있는 '내지(인)'이고 식민지인 한국은 '반도'라는 뜻이었으며 '반도인'은 제국주의 시절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강제로 징용과 위안부로 끌고 갈 수 있었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멸시의 의미였던 것이다.

일제의 광기가 극에 달하는 1930년대 이후 '반도'와 '반도인'에 대한 사용이 급격히 많아졌는데 이는 강제 공출과 징용을 위해 우리 민족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황민화와 내선일체를 통한 결과물인 셈이다.

한국 사람이 자신들 스스로를 '반도인'이라 부르는 것은 일본의 속국임을 인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해방 이후 정부는 물론 언론과 학계의 많은 노력으로 '반도'와 '반도인' 표현은 찾아 보기 어렵게 됐다.

물론 일본에서는 아직도 한국에 대한 차별적 언어로 우익을 비롯해 일부 인사들은 의도적으로 '반도'와 '반도인'을 쓰고 있다.

최근 필자는 지하철을 타면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굴지의 대기업이자 국민의 가장 친숙한 브랜드인 'GS25' 개점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에 '반도'라는 단어가 나타났다.

"반도의 애견녀도 반한 경품이 온다!"

'반도의 애견녀'는 소위 온라인상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으로 SNS 계정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살핀 결과 소위 '반도의 000' 류의 글들이 어느새 우리 사회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단어가 가진 전체적인 느낌은 '자학' '희화화' '폄하' 등 부정적인 경우에 쓰이고 있었다.

일본 우익들이나 쓰는 표현을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이 전혀 검증도 없이 가져다 썼다는 점에서 경악 그 자체였다. 반도의 애견녀라는 여성을 통해 GS25의 개점 25주년이 얼마나 많은 빛을 발할 기념 이벤트가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GS25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최소한 역사의식 부재에 대한 분노와 저급한 마케팅 수준을 다시 한 번 짚을 수 있었다.

"이번 이벤트는 일반적 상식 수준에서 사전적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관련 부서를 통해 다시 알아 보겠지만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님을 확실히 밝혀둔다."

GS25 관계자가 말한 '사전적 의미'에서 반도는 삼면이 바다인 대륙의 일부가 되겠지만 반도의 000류의 글에 대한 '일반적 상식'은 지난 과거를 망각한 어리석음 그 자체다.
   
올해는 광복70년을 맞이하는 해다. 지난 세기 일제로 인해 우리가 받은 고통과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독도 침탈 야욕과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과 그리고 그들로 인해 강제 징용과 수탈의 상처를 받은 채 떠돌고 있는 국내와 중국과 연해주의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은 물론 그 후손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다.

우리가 '반도'와 '반도인'이 아니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GS25가 말한 '일반적 상식'이 아니라 역사에서의 '상식'은 조상들이 흘린 피눈물을 결코 잊지 않는 후손이 되는 것임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결코 미래가 없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이종엽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