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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사람들은 '4대 0'을 바란다

길래환 뉴스호남 편집국장 기자  2015.04.03 10: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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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드디어 운명의 4월에 들어섰다. 광주사람들은 '드디어'라는 부사와 '운명'이라는 명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장문의 시에서 서두를 이렇게 장식했다.

따스함을 상징하는 봄보다 겨울이 오히려 더 따뜻했다니 잔인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잉태의 고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시는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 자주 인용되는 불멸의 명시다. 4월29일 전국 4곳에서 치르는 보궐선거 지역구 중 광주 서구을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운명이 달린 곳이다.

정치권은 광주에 포커스를 맞추고 민주당에 불리한 예측 견해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4월은 진정 운명적이고 잔인함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는 달이다. 하필이면 인천 선적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 이르러 뒤집어질 것인가.

인천에서 출발해서 제주도에 도착하는 해안이 길고도 길건만 진도 앞바다를 택해 신의 저주가 내려앉았다. 304명의 희생자 유가족들은  4월은 형언할 수 없는 비통함에 휘감겨 몸부림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겐 진정 4월은 잔인한 달이다.

만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서 진다면 후보 개인이나 문재인 대표에게는 말 그대로 잔인한 달이 될 게 틀림없다. 후보의 앞날이 무너지고 문 후보의 대선 가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치 평론가 중 야당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가 많다. 어떤 이는 후보나 문재인 대표의 앞날은 없다는 단정적 표현을 쓰기도 한다.

왜 광주 서구을이 이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국민들은 다 안다. 전라도 땅, 그중에서도 호남의 웅도 광주에서 새정치 민주연합이 패하면  텃밭을 내주는 꼴이 된다.

대한민국의 정치사에서 호남이 정권창출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호남에서 경선 1위를 기록한 후 이어진 전국 순회 경선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 당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이인제 의원과 전라도의 맹주 한화갑 전 의원은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랬음에도 노무현 정권 때 '왕 실장' 역할을 했던 문재인 의원은 집권 후 호남을 홀대한 사실 때문에 호남인의 눈 밖에 났다. 이번에 패하면 그의 호남 지지층이 붕괴했음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비노 전라도 정치인들이 신당 플랜을 들고나올 공산이 크다.

광주만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절박함이 문재인 후보의 가슴을 꽉 메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3곳에서 새정치 민주연합 후보가 고전하고 있어서다. 만년 야당 텃밭이라고 불리는 관악을에서 자당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3위로 밀리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야당 강세로 평가받는 성남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인천의 경우 새누리당 우세지역이므로 따져볼 것도 없다. 더구나 인지도가 높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 게임 결과는 보나 마나다. 만에 하나 광주까지 내놓게 되면 4월 29일은 잔인한 달로 기록되고 말 것이다.

4대 0의 위기론은 근거가 충분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주 서구을은 천정배 후보가 앞선다. 나머지 3곳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오차 범위를 넘어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광주타임즈'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25∼26일 이틀간 광주 서구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에 따르면 천정배 무소속 후보는 37.2%의 지지를 얻어 29.9%를 기록한 조영택 새정치연합 후보를 7.3%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승 새누리당 후보 12.6%, 강은미 정의당 후보 8.7%, 기타 4.2% 순이었다. 천 후보와 강 후보 등이 '반(反)새정치연합' 후보연대를 할 경우 '연대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8.4%, '새정치연합 후보 지지'가 32.0%였다. 여론조사기관 '휴먼리서치'가 지난 21∼22일 이틀간 서울 관악을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면접 방식으로 한 조사(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7%)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 등 3자 구도를 가정했을 때 오 후보가 38.4%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 정동영 후보가 28.2%, 정태호 후보는 2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시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5일과 16일 양일간 관악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3.1%)에서도 오 후보가 33.5%로 수위를 차지했다. 정태호 후보는 31.2%, 정동영 후보는 18.2%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불길한 조짐 표출은 여론조사 결과만이 아니다. 직접 민심을 체크해보면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고 반응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 안돼' 세력이 만만치 않다. 실제 취재를 해보면 생생하게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언론계 선배 한 사람은 3월 동기 동창회 때 여론을 체크해보고 깜짝 놀랐다 한다. 참석자 20여명 중 모두가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누가 당선되어도 좋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무서운 민심이다.

노무현 정권 탄생 1등 공신인 광주사람들은 참여정부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 핵심 장본인은 문재인 대표임을 잊지 않고 있다.

광주의 민심이 무섭게 변한 건 우연이 아니다. 광주뿐 아니라 4대 0의 완패를 갈구하고 있는 광주시민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나 있는지, 하지만 승리 장담만 하고 있으니 거만하게 비춰 감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