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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년, 희망의 나무에 '부활의 불'을 켜다

이종엽 기자 기자  2015.04.02 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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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벌써 그날로 부터 1년이 지났다. 아직까지 생생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여전하지만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지난 3월28일 토요일 오후 7시,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가족들, 이웃들 20여명이 모여 소박하게 부활 트리 불을 밝혔다.

단원구 고잔1동에 소재한 힐링센터 '0416 쉼과힘(이하 힐링센터)'은 2014년 4월16일 참사 후 첫 번째 맞는 부활절에 소중한 생명으로 부활하기를 염원하며 '이스터(Easter) 트리'를 만들었다.

12월에 보게 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일반적으로 통용되지만, 부활절기의 이스터 트리는 낯설기만 하다. 단원구 고잔동의 이스터 트리는 4월 5일 부활절부터 40일 후 오순절 시작인 5월15일까지 힐링테라스 '온유의 뜰'과 단원고 교정을 밝힐 예정이다.

'소중한 생명으로 부활'이라는 이스터 트리를 기획한 김홍선 목사(안산 명성교회 담임목사, 힐링센터 운영위원장)는 학교 옆 힐링테라스에서 아이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1주기를 서로 위로할 수 있는 동네 안의 작은 교류의 장을 제안했다.

그리고 기독교 부활의 의미와 세월호 참사 희생의 의미를 접목해 아이들이 남긴 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과 공감의 정서를 확대하고자 이스터 트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힐링센터 활동가들이 1반부터 10반 가족들의 반별 모임에 참여해 아이들이 남긴 것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부활달걀 모형에 쓰고 장식했다.

부활 트리 제작과정에 참여한 부모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고 싶은 아이들을 추모하고, 사랑의 메시지를 쓰면서 아이들을 회고했다.

참여하지 못한 가족들을 대신해 같은 반 친구들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함께 만드는 부모들의 모습 속에서 아이들이 함께 위로했던 장면을 연상할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순한 양처럼 착했던 아이를 회고하며 양모양의 스티커를 붙였고, 또 다른 이는 '사랑한다'를 전달하기 위해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모형 가득히 장식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그린 부모님, "아빠가 사랑하고, 수학여행 보내서 미안해"를 우리말로 직접 쓸 수가 없어 베트남 말로 적으며 현명하고 이성적이었던 아들을 회고하는 아버지의 글, 엄마·아빠의 아이로 태어나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보고픔 그리고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등이 부활달걀 모형 하나하나에 간절히 쓰여 있다.

김홍선 목사는 부활트리를 만들게 된 취지를 점등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주민들에게 설명하면서, 죄 없는 가장 순수한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가장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을 대신해 희생되었다고 비유했다.

희생은 죄가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생명과 안전으로 다시 부활하여 우리 곁에 있을 것으로 이스터트리의 의미를 전하고 희생학생 부모님과 주민들을 위로했다.

참석한 유가족들은 잊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조형물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말을 끝내 잇지 못한 이들은 부활트리가 유가족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라는 염원의 기도 또한 잊지 않았다.

'빛이 어둠을 이겼다'는 부활의 의미 안에서 이날 점등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고 주민들과 함께 별이 된 아이들을 추모했다.

부활트리 점등식에 유가족과 함께한 고잔1동 주민자치위원회 김남선 위원장은 유가족과 주민을 구별하지 않고 옛날 같이 정이 넘치는 마을이 되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고 함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부활달걀에 메시지를 적지 못했지만 같은 반 엄마들이 써주었다는 딸의 이름이 있는 부활댤걀을 보기 위해 달려오신 한 어머니는 힐링테라스 온유나무 가장 위에 있는 딸을 이름을 찾기 위해 한참이나 위를 올려다 보았다.

단원고 2학년 10반 부모들은 늦은 밤 점등된 부활트리를 보면서 아이들 이름을 찾아보며 담소를 나눴다.

힐링센터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연세대 권수영 교수는 이제 이스터트리는 안산시 단원구의 뜻 깊은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앞으로 단원구 고잔동에는 희생학생 부모님들이 잊지 않고 만들어 준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오라"는 실종자들에게 보내는 간절한 메시지들은 해마다 부활절 봄이면 아이들의 운동장을 향해 빛을 반짝일 것이다.

별이 된 아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