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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민심 르포②] 서울 관악을 "심판은 무슨…인물이지"

정동영 출마 변수 與野 정치 신인 양자 구도 깨고 혼전 속으로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4.02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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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추미애다. 추미애!" 지난달 31일 오후 신사시장(서울시 관악구 신사동) 안이 술렁거렸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지원에 나선 추미애 최고위원을 알아본 상인들과 주민들은 먼발치에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민주당 깃발? 지역 발전 이끌 적임자에 한 표

분식집 주인 김모씨(55)의 손은 김밥을 말면서도 눈길은 추 최고위원에 가 있었다. 그는 "여기는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누구나 당선되는 희한한 동네"라며 "지난 총선 때는 탈 많았던 통합진보당 후보를 밀어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정동영 출마'에 대해서도 먼저 말을 꺼냈다. 김씨는 "15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했는데, 방송 앵커고 뭐고 민주당이 아닌 후보가 당선되는 걸 못 봤다"고 목청을 높였다.

밖에서 떡볶이를 만들던 김씨 부인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서 "선거 때만 되면 여론조사를 한답시고 전화나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가뜩이나 손님 상대하려면 손이 모자라는데 정말 귀찮다"고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맞은 편 정육점 주인 홍모씨(59)는 명함을 건네받자마자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치 의식이 높다는 관악 주민이 맞다. 손님이 밀려들자 부인 유모씨(55·여)가 대신했다.

고향이 전북 고창이라는 유씨는 "살기 좋고 편안한 지역으로 만들 후보를 뽑겠다"며 "말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후보를 가려내야 낙후된 이 지역이 발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씨도 거들었다. 그는 "지금 누가 당을 보고 찍느냐"며 "통진당 깨진 거 봐라. 젊고 일 할 수 있는 후보, 그런 면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돼야 한다"고 큰 목소리를 냈다.

신사동에서만 50년 살았다는 국밥집 주인 서문모씨(68)는 관악 지역의 역사부터 짚었다. 종착지는 '인물론'이다. 서문씨는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싫다. 면면을 보고 관악을 잘 알고, 뼈를 묻을 수 있는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시장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공모씨(76)도 선거 얘기를 하기에 앞서 관악 지역의 복잡한 행정동 명칭을 놓고 그 역사부터 꼽았다. 그러면서 "제2 이정현을 관악을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언론에서 '27년 동안 야당 후보가 됐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 더해 "따지고 보면 이해찬 의원은 여당 소속일 때도 당선된 사람으로 5선씩이나 하고, 또 여기서 국무총리까지 지냈으면서도 관악을을 거지 같은 동네, 가난한 동네로 내버려 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힘줘 말했다.

◆경상도 함양-전라도 광주 '제2 이정현' 동감

공씨와 동갑내기인 부동산 주인 이모씨는 연신 "맨입으론 말 못한다"며 답변을 거부하다 마지못해 "이하 동문"이라고 했다. 그는 "공은 경상도 함양이 고향이고, 나는 전라도 광주 사람인데, 우리의 의견이 일치하면 말 다한 거 아니냐"고 말을 아꼈다.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2번 출구를 기점으로 후보들의 선거사무소가 들어선 남부순환로, 이곳 인도에서 만난 미성동 주민 김모씨(38·여)는 퇴근길 바쁜 걸음을 옮기며 "정동영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은 잘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가 자리 잡은 대학동으로 향했다. 어둠이 내려앉아 뿌연 관악의 밤 풍경은 빛바랜 유화 속의 도심을 연상케했다. 이곳 주민들은 몇년 전 셀 수 없이 많은 신림 몇동, 봉천 몇동을 쪼개고 모아 조원, 신원, 서원, 난향, 삼성, 서림동 등 지금의 행정동 이름을 붙였다.

대학생 박모씨(28)는 "경전철, 고시촌 문제 등 워낙 지역 현안 과제가 뻔한 동네"라고 규정하며, "서로를 심판하겠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후보들이 주고받는 거대한 담론보다 우리는 당장 오늘 하루 주머니 사정이 더 크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이달 29일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관악을은 1988년 총선부터 현 야권 세력이 불패 신화를 이어온 곳이다.

이번 선거는 서울시의원을 지냈던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44)와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정태호 새정치연합 후보(52)가 각각 '종북세력 심판론'과 '박근혜 심판론'으로 맞서며 일찌감치 여야 정치 신인 간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국민모임 소속 정동영 후보(62)가 '제1 야당 심판론'을 내걸고 뛰어들면서 혼전을 빚고 있다.

여기에 이동영 정의당 후보(43), 통진당 의원을 지낸 이상규 무소속 후보(50), 나경채 노동당 후보(41) 등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