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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민심 르포①] 경기 성남중원 "산후조리원을 심판하라"

1년짜리 선거 또…찬웃음 속 앞서 나간 새누리 뒤쫓는 야권 후보들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3.30 18: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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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년짜리 국회의원, 또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2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모란시장, 기름집 주인 이모(47‧여) 씨는 못마땅한 듯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갓 짜낸 기름을 연신 옮겼다.

그는 "(선거는) 잘 모른다"고 강조하며 "이 시장에서 10년 동안 일했는데도 나아지긴커녕 더 어려워져만 가고 있는데, 선거를 또 한다니… 누구를 뽑을지는 생각 안 해 봤다. 느낀 대로 찍겠다"고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여기 보태 이씨는 "이번 선거를 왜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성남시장이 산후조리원 등 무상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그게 대책 없는 무책임함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남發 무상 시리즈 뜨거운 쟁점 

4‧29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슈는 야권 후보 난립이다. 선거일까지는 한 달 남짓.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고자 기회를 엿보는 가운데 재보선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 후보마다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원은 옛 통합진보당 전 의원이 출마함으로써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후보와 벌이는 일전이 볼 만하게 됐다. 중원을 찾아가 민심을 훑어봤다.

모란시장 끄트머리 낚시전문점은 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나 다름없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 예닐곱명의 정세 분석이 한창이었다.

성남동에서만 40년을 살았다는 이모씨(77)는 "이번 선거에서 신상진 후보를 찍어 반드시 당선시키겠다. 시민 세금 걷어다가 공짜 산후조리원 짓겠다는 건 남의 바지 입고 제 바지인냥 깝죽거리는 꼴"이라며 대놓고 야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도 쏟아졌다. 신모씨(76)는 박근혜 대통령과 장충국민학교 동창임을 강조하며 "누가 노령연금 달라고 했나. 복지확대 반갑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번 만들어진 정책은 모두 후손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결국 본인들 돈도 아니면서 세금으로 인심 쓰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런 가운데 낚시전문점 주인 주모씨(45)가 분주한 손놀림을 잠시 멈추고 대화에 동참했다. 그는 "선거를 왜 또 하는지보다는 무상 산후조리원이 성남의 쟁점이 되면서 신구세대 간 의견차가 다른 선거보다 확연하다"고 전했다.

◆통진당 해산 뒤 야권 연대 불신

중원구청 인근 한 식당 앞 에서 만난 장모씨(60)는 식당 주인의 남편이었다. 전기공사업에 종사하는 그는 "집사람 일을 거들려고 나왔다"며 "현 성남시장도 그렇고 모두 옛 친구들인데… 선거 때 투표 안 한 지 한 5년 됐다"고 손사래를 쳤다.

장씨는 "어차피 내년이면 또 선거를 해야 하는데 여당이 되든 야당이 되든 누가 되든 똑같고, 끼리끼리 돌아가면서 하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며 정치 자체에 대한 불신을 표현했다.

중원도서관 앞 벤치에서 만난 주모씨(28)는 "친구가 이 도서관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 격려하려고 들렸던 차"라며 "일 때문에 29일날 투표는 못할 것 같지만 성남발(發) 무상정책에 대한 젊은 층 기대가 큰 만큼 새정치연합에 좋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리를 벗어나 털썩거리는 55번 버스를 타고 은행동 일대로 향했다. 청계천 판잣집 철거민들이 이주해온 이 지역은 언덕바지마다 집들이 빼곡했다. 이곳은 옛 통합진보당의 핵심세력인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다.

은행시장에서 생선을 살펴보던 김모씨(50‧여)는 "바깥양반도 나도 무조건 민주당이었다"며 "지난 선거 때 통진당에 표를 주라고 해서 찍었더니 무슨 종북세력이다 뭐다 해서 선거를 또 한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통진당 해산으로 재보선을 치르게 된 중원은 18대 지역구 의원을 지냈던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58)가 일찌감치 재기를 노리며 선전을 펼친 터여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정환석 새정치연합 후보(57)가 뒤쫓고 있으며, 옛 통진당 소속 의원 김미희 후보(49)도 무소속 출마해 탈환을 노리는 상황이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김 후보에 654표 차로 석패했던 신 후보는 지역일꾼론, 정 후보는 여당심판론, 김 후보는 야권 대표후보론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