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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복합할부금융…삼성카드·현대차도 '중단'

비씨·신한에 이어 삼성카드도 상품 포기…중소캐피탈사 울상

이지숙 기자 기자  2015.03.26 1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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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와 신용카드사들의 복합할부금융 협상이 결렬되며 상품 취급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복합할부금융을 유지하기로 결정 내렸지만 자동차업계가 카드사와 수수료 싸움에서 승리하며 결국 상품폐지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 구매 고객이 캐피탈사의 할부를 이용하는 과정에 카드사가 개입하는 구조의 할부금융 상품으로 소비자가 자동차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결제액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은 대금을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로 갚는 방식이다.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이 제휴해 상품을 출시한 뒤 6개 카드사와 7개 할부금융사가 제휴관계를 통해 판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가 당초 복합할부의 수수료가 원가에 비해 크게 높고, 가맹점 수수료의 대부분이 고객혜택 보다는 판촉수수료에 지급된다는 이유를 들어 상품 폐지를 요구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현대차와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인하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해 KB국민카드가 처음으로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을 1.5%로 낮췄고 뒤이어 협상을 진행한 비씨카드와 신한카드는 복합할부 상품 판매 자체를 중단했다.

'본게임'으로 주목 받았던 삼성카드도 지난 25일 가맹점 계약 만료일을 하루 앞두고 현대차와 막판 협상을 벌인 결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단 삼성카드와 현대차의 가맹점 계약은 유지 돼 일반 신용·체크카드 거래는 앞으로도 가능하다.

현대차는 1.9%인 삼성카드의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한 반면 삼성카드는 1.7% 이하로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가맹점 계약 해지까지 말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가 복합할부 상품 유지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맹점 계약이 해지되면 더 많은 고객이 피해를 보는 상황인 만큼 복합할부 상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까지 복합할부 상품 취급을 중단하며 오는 29일과 30일로 만료 예정된 기아자동차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와의 복합할부 상품도 중단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카드업계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준인 1.3%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적격비용 이하인 1.3%의 수수료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비씨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는 기아차와 복합할부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카드사들이 결국 줄줄이 복합할부 상품 취급 중단에 나서자 카드사와 함께 복합할부금융을 판매해오던 캐피탈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KB캐피탈, 아주캐피탈 등은 GM대우와 손잡고 스파크 차종에 한해 마이너스 할부 상품을 출시하며 대안을 찾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에 맞서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카드사와 현대·기아차의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이 계속 결렬돼 캐피탈사들도 당분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결국 복합할부금융 폐지는 현대캐피탈의 독점구조를 더욱 강하게 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복합할부상품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금융당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의 계약내용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판단할 수는 있지만 세부내용까지 간섭할 수 없다"며 "복합할부금융 취급 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할부금융사들이 자체 할부 금리를 낮추고 있어 소비자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