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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소 잃어야 외양간 고치는 오랜 습성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3.19 14: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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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공항 활주로의 안전점검 관리 실태를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항공기 운항과 안전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주로 관리의 국가 기준이 없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요.

기사 보도 후 한 안전진단업체 관계자와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공항 활주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국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지반침하(싱크홀)와 터널, 교량 등 전체적인 '도시안전'에 대한 주무부처의 대처가 무감각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최근 4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중형급 이상 싱크홀은 14개에 달하고 수원시, 고양시 등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TF팀을 구성해 지반침하 예방대책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반탐사가 필요한 의심지역 117개소를 의뢰받아 점검한다는 계획인데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 관계자는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도로나 공항 활주로를 진단하는 장비들은 구입한지 오래됐을 뿐 아니라 진단 속도가 느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해당 관계자는 "국토부가 싱크홀 관련 TF팀을 구성해 진단하고 있는데, 사용하는 장비가 스웨덴 제품으로 특정 광역대 주파수만 운영할 수 있는 장비다. 최신 장비를 도입하면 깊은 곳과 얕은 곳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종단단면, 횡단단면, 수평단면을 통해 지하 매설관이나 동공 여부도 확인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현 장비로 진단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는 힘듭니다. 하지만 국토부를 비롯해 주무부처 연구원, 전문가들 새로운 장비의 우수성과 도입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이나 기존 관행을 핑계로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는 것인데요.

해당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놓고 봤을 때 예산이 우선시 될 게 아니라 장비의 성능이 우선시 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예산도 문제지만 실무자들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한 자세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는데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자는 말을 꺼내면 업체로부터의 로비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렇다보면 감사 대상이 되고 오해를 받기 때문에 기존 장비, 용역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좋은 장비인 것은 알고 있지만 내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구입은 좀 힘들 것 같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것인데요. 전형적인 님투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장비가 개발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목숨이 달린 안전을 진단하는 장비는 성능 좋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 역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업계 관계자는 "다른 건 몰라도 안전진단에 관련된 부분은 보수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발상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해서 예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사전 예방으로 구할 수 있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