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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금호아시아나그룹 ③ 후계구도…3세 경영 시동

형제경영 전통, '왕자의 난' 이후 무너져…박세창 부사장에 실리는 힘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3.13 1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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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3탄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말 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과 채권단 자율협약을 마치고 재도약에 나섰다.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을 진행 중인 금호그룹은 지난 9일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에 통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3월1일부로 총 55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위기에 몰린 그룹 살리기에 나섰다. 그 중심에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있다. 박 회장이 박 부사장을 그룹 인사 전면에 배치,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것.

◆박세창,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 겸직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부회장 2명 △사장 1명 △대표이사 선임 5명 △부사장 2명 △전무 14명 △상무 32명 등 총 55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박 부사장이 아시아나애바카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는 점이다. 2002년 그룹에 입사한 후 13년만에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른 것.

1975년생인 박 부사장은 2000년 연세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AT커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이듬해 미국 MIT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박 부사장은 2006년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젼략경영담당 이사, 2008년 말 경영관리부문 상무를 거친 뒤 2010년 다시 금호타이어로 옮겨 2012년부터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 같은 이력의 박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겸직하게 된 아시아나애바카스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로 국내외 여행사를 상대로 항공권 예약·발권시스템과 호텔, 렌터카, 크루즈 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업체다.

안정적인 내부 거래를 토대로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그동안 그룹 재편 과정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부사장 입장에서는 경영 참여 범위를 항공 부문으로 넓혔을 뿐만 아니라 그룹 재편 과정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금호그룹의 후계구도를 논하기 전에 알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故 박인천 창업주가 향후 형제간의 다툼을 우려해 2세 경영을 대비해 원칙을 세워뒀다는 사실이다. 당시 박 창업주는 △아들만 경영권을 상속하는 것으로 제한했고 △그룹 회장직은 형제간 합의에 따라 결정하고  △주요 사안은 합의와 다수결로 해결하되 최종 결정권은 손윗사람에게 줬다.

박 창업주가 타계한 후 금호家는 이 같은 원칙을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 박삼구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등을 돌리는 이른바 '형제의 난'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절연한 상태로 박 창업주의 '형제경영' 전통도 같이 무너졌다.

◆‘형제의 난’에 무너진 ‘형제경영’

이런 이유로 박 부사장은 박 회장의 사실상 유일무이한 후계자로 떠올랐다. 박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 사업인 항공분야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된 것을 두고 그룹 경영 전반을 파악하게 하는 후계 승계를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부사장은 현재 금호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금호산업 지분 4.98%와 금호타이어 지분 2.5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들 지분을 각각 5.18%, 2.65% 갖고 있는 박 회장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특히, 금호산업의 인수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박 부사장의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은 그룹을 지키겠다는 박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그룹을 되찾는 데 성공할 경우 경영권 승계 작업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5년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그룹 재건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온 힘을 쏟아 금호산업을 되찾는다면 올해 71세로 고령인 박 회장이 장남인 박 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업계 일각에서는 대형 인수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의 이번 인사에 대해 박 회장이 3세 경영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워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되찾아 와야 할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금호산업이 다른 기업의 손에 들어가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권도 내줘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부사장을 인사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경영권 방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금호그룹은 박 부사장의 인사가 경영수업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금호산업 인수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집중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

박 부사장을 비롯해 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금호家 3세에 해당하지만 '형제의 난' 이후 금호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사실상 절연한 상태고, ‘형제경영’의 전통도 무너진 상황에서 그 시기가 언제가 됐든 박 부사장이 박 회장의 뒤를 잇는 대권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