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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기아차, 양적 성장 앞서 '품질경영'에 무게 둬야

노병우 기자 기자  2015.03.12 14: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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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연 800만대 판매를 달성한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배고프다. 올 초 현대·기아차는 올해를 질적 성장을 완성하는 해로 만들고, 내년부터 새로운 양적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적 성장이 글로벌시장에서 선두 경쟁을 위한 기반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질적 성장이 갖춰졌을 때의 이야기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품질경영'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글로벌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품질경쟁력이 중요한 만큼 집중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품질과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에 집중한 듯 보인다. 2013년과 2014년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분기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떨어져도 판매만큼은 꾸준히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양적 성장은 '엔저'를 앞세운 일본 브랜드나 디젤을 앞세운 독일 브랜드로부터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내수점유율은 지난해 70.0% 미만으로까지 떨어졌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사상 첫 800만대를 돌파하며 글로벌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사이 국내 판매 기반은 오히려 흔들린 꼴이다. 점유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수입 브랜드들의 거센 공세나 국내 경쟁 브랜드들의 선전이 꼽히고 있지만,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하락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발표한 '2015 차량 내구품질 조사(VDS)'에서 31개 브랜드 중 현대차는 26위, 기아차는 22위에 올랐다. 이에 앞서 2013년에는 현대차 22위·기아차 21위, 2014년에는 현대차 27위·기아차 19위를 기록하는 등 주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는 "접수된 문제발생 유형의 대부분이 풍절음 같은 기계적 문제가 아니라, 첨단기술과 관련된 블루투스 연동이나 음성인식 시스템의 문제"라며 "이때 접수된 문제들을 개선해 2013년부터는 JD파워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기아차가 매년 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선제적인 품질향상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차는 전년대비 1.8% 증가한 505만대를, 기아차는 3.6% 증가한 315만대를 판매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목표가 다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지만, 사측은 시장 여건을 감안한 목표치라며 내부적으로 전달된 목표는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의 이미지 고급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글로벌시장 판매량만을 쫓는다면 브랜드 이미지 추락과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토요타나 GM의 경우 대규모 리콜을 겪은 뒤, 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컵에 담긴 물을 엎질렀을 때 그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현대·기아차도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