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은 대표곡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가사에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 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라고 노래했다.
삶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고 번복하기까지는 숨겨진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오는 13일 개막을 앞둔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이 굴곡에 대한 이야기다. 8년째 같이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세 여자 하영, 다희, 신자는 각자의 꿈을 실현시킬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모아둔 돈까지 사라진다. 이를 되찾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세 여자와 옆집에 사는 고시백수 철수, 진돗개 망구까지 얽혀 요란한 활극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세 여자를 연기한 배우 변나라(하영 역), 배영혜(다희 역), 우보라(신자 역)를 만났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데뷔작인 배우 변나라(29)는 다른 두 여자보다 언니인데다가 게걸스러울 정도로 털털한 성격을 자랑하는 시나리오 작가 '하영'역을 맡았다.
변나라는 하영 역에 대해 '사고뭉치 아빠같다'고 표현했다. 가장 결정적인 사고를 치는 것도, 가장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도 하영이다.
"실제로는 막내인데 극 중에서는 큰 언니에다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끌어 나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여러모로 고민되지만 저 역시 이십 대 후반의 여자로써 공감하는 바가 많아서 다행이죠."
극 중 하영은 집주인 아들이자 고시생인 철수와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은 스스로 이룬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하영은 철수가 가까이 다가와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른을 목전에 두고 다시 한번 꿈을 펼쳐보려다 사기를 당해 돈을 날린 그녀는 크게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다. 반면 배우 우보라(33)가 맡은 인물 '신자'는 분노를 밖으로 표출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자신의 돈을 갖고 도망쳐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육점 일을 하기로 한 신자는 가게 남자친구 때문에 이중계약 사기를 당한 꼴이 되고 만다.
"신자는 세 여자 중 나름 윤활유 역할을 하는 인물이에요. 유쾌하고 착한 여자인데 순식간에 애인도 잃고, 돈도 잃어 버리게 되는 상황에 처해요. 사랑과 돈이 함께 떠나가면서 미래가 완전히 꼬여버리는 거죠. 현실적으로 여자가 스물 여덟 살이 되면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도, 포기하기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들 때문에 상처를 입고 이걸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배우 배영혜(34)가 맡은 무명배우 다희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는 살림꾼으로 말은걸지만 속은 여린 인물이다. 제대로 된 배역을 따내기 위해 계속 오디션에 도전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절박한 심정으로 영화 관계자에게 돈을 건네기까지 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
"꿈을 가지고 있지만 이 꿈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거죠. 한편으로는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도 계속 하는데 그것 때문에 연기 할 시간이 또 모자라게 되는 상황이 와요. 꿈도 현실도 완전히 충족되지 않는데 20대가 끝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압박감을 더 느끼고요. 이런 상황에는 지금 스물 여덟 살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청춘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특히 여자이기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세심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어 많은 여성관객들의 동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망구, 철수 등 캐릭터는 유쾌한 농담처럼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일상 이야기에서 출발해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을 해결하며 극은 마무리를 맺지만 일상마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엔딩 뒤의 그녀들처럼 세 명의 배우들 역시 앞으로의 배우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앞으로 잘 버터야죠.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연기를 그만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하고 있는 거 보면 앞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영혜의 말에 다른 두 배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변나라는 "버티는 것도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말로 동감을 표했고 우보라 역시 "서른 넷이지만 연기 경력은 벌써 17년이다. 앞으로 무엇을 하든 스스로가 할 만큼 했다고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제작한 김재목 극단담씨 대표는 "그 동안 연극계에서 남자들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여자들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세 여자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객이 동감을 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오는 13일부터 대학로 JK아트홀(舊 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공연문의는 극단담씨(02-223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