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회 정무위원회가 11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급 4명 가운데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임 후보 등 인사청문회를 마친 3명 전원이 국회 인사청문회 관문을 통과했다.
정무위는 보고서 종합의견에서 "후보는 30여년간 금융·경제 분야의 공직과 민간 경력을 두루 거쳤다는 점과 가계부채 문제, 금융산업 활성화 등에 대한 정책 의지와 소신 등을 볼 때 당면한 금융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정무위는 다만 보고서에서 "(2004년 여의도 아파트 매입 시) 다운계약서 작성, (1985년 서초동으로의) 위장전입 등은 금융위원장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음을 제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후보는 2004년 서울 여의도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실제 6억7000만원을 줬지만 2억원으로 신고해 2700만원을 탈루한 다운계약서 의혹, 1985년 실거주 아파트와는 다른 친척 소유의 주택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시인하고, 유감 표명을 했다.
이날도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박근혜 정부 3기 내각의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된 9일로 가보자. 이날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에서는 우윤근 원내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우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소위 부동산 의혹, 병역문제, 세금탈루 등 3종 세트를 필수로 갖춰야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실이 불편한 진실로 굳어지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 동안 전 현직 국무위원을 임명했는데 그분들에 대한 전수 조사한 결과 68%가 투기,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부동산 의혹에 연루돼 있었고, 53%가 세금문제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7%는 논문표절 관련, 32%는 본인 자녀 등의 병역문제로 따가운 여론에 질타를 받았다고도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 앞서 유기준, 유일호, 임종룡, 홍용표 등 4명의 장관 후보에 대해 위장전입과 세금탈루 의혹이 여전히 제기된 데 대한 제1 야당 원대대표로서의 각오를 드러낸 셈이었다.
그는 장관 후보 청문회에 임하는 새정치연합의 종합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여부와 △공직자에 대한 높은 도덕적 잣대를 검증토록 하겠다는 것.
하지만 잇따라 열린 인사청문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장에선 핏대를 세우며 후보들을 향해 의혹 해명을 요구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앞에선 일사천리로 채택될 수 있도록 여당에 보조를 맞췄다.
이대로라면 앞서 3명의 후보를 포함해 앞으로 청문회가 예정된 모든 공직 후보들의 임명동의안이 무난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 공직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하면 떠오르는 얘기가 있다.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조 베어드가 의회 인사청문회 직전 페루 국적의 불법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낙마했다는 것.
이후 미국의 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가 먼저 정부 당국과 여론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주로 정책 검증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얘기는 대한민국 청와대나 국회, 그리고 공직 후보들에게 바다 건너 먼 나라의 낡은 전설에 불과한 모양이다.
앞에서는 "검증하겠다"고 약속하고, 뒤에서는 여당에 동조하는 야당, 그리고 고개를 조아리며 송구스럽다를 연발하는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들의 모습이 10년이 지나도 박근혜 정부를 대표하는 잔상으로 뇌리 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