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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감원·합병…고민 빠진 '조선 빅3'

기운 없는 조선업계 시작부터 고군분투 '훈풍아, 불어라'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3.10 1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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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가하락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선업계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빅3'는 지난해 최악의 불황 와중에 중국과 일본 틈에서 힘겨운 수주 경쟁을 벌였다. 올해는 상황이 나아질까 싶었지만 연초부터 각기 다른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 연간 수주 목표액을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149억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힘겨운 때를 보내고 있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3년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됨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차기 사장 인선은 오리무중인 까닭이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선은 언제쯤?

업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도 고 사장의 연임을 점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9일 진행된 이사회에서 고 사장의 유임이나 교체 안건은 빠졌다. 고 사장의 임기가 이달 말 끝나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한 인선 시기를 놓친 셈이다.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열겠다고 공시한 대우조선해양은 주총 2주 전까지 이사회를 개최해도 된다는 상법 기준에 따라 늦어도 16일 전 이사회를 한 번 더 열어 사장 선임 안건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장추천위원회 조차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선임의 걸림돌은 산업은행이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전신인 대우중공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출자전환 등 여러 과정을 거쳐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됐다.

이때부터 매번 사장 선임과 관련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데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정부 측의 관리를 받고 있어 객관적 실적에 준해 차기 사장 인선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도 당시 남상태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사장 인선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뒷말이 무성하자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나섰다. 이사회가 진행된 9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날 "산업은행이 정부 눈치 보기로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인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순항이 사장 선임이라는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최고의 실적을 낸 대우조선해양이지만 사장 연임 문제로 인사 공백이 생기면 1분기 영업에 차질이 생길 것은 자명하다. 신속하고 공정한 사장 선임을 촉구해야하는 이유는 이걸로 충분하다.

◆희망퇴직 이번엔 여직원 '노조 반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던 현대중공업은 노사 임단협 문제와 관련 가장 최근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전개했고, 올해 초부터 시작된 희망퇴직을 지금까지 지속 중이다.

연초부터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해온 현대중공업이 최근 여직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15년 이상 장기근속 여직원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1주일간 희망퇴직을 접수한다고 전했다.

사측은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여직원에게 최대 40개월분의 급여와 자기계발비 1500만원을 일시금 지급하고, 장기근속 대상 포상과 명예 승진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인 자금 부담은 있지만 여직원들의 희망퇴직에 대한 문의와 건의 등 일부 여론이 있어 의사를 존중하는 선에서 희망자에 대해 퇴직을 받고 있다는 게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는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실시에 대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선포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9일 울산 본사 노조 사무실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어 "회사가 여사원에 대한 정리해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의결기구와 논의해 파업을 포함해 강력한 투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일부 여사원들 사이에서 희망퇴직을 원한다는 건의사항이 접수돼 희망자 대상의 희망퇴직을 받고 대상자 규모도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어떤 강제성도 없다는 사측 입장과는 달리 이날 선포식에는 여사원 300여명이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1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 1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량은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전언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가능성은?

오는 13일은 한국 대표기업 68곳이 주주총회를 여는 이른바 '수퍼주총데이'다. 이들 기업 중 관심을 끄는 곳은 지난해 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함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총회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는 양사의 합병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의 "합병을 재추진하거나 다른 계열사와 합치는 방안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은 소문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해 합병에 반대하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낮아졌다는 점도 재합병설에 힘을 보탠다. 

더욱이,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그룹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의 유임을 결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삼성중공업의 수장의 유임이 결정되면서 향후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

박 사장에게는 위기가 곧 기회이기도 하다. 지난해 빛을 보지 못했던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올해 성사시킬 경우 그룹 내에서 박 사장의 입지는 다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