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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할랄식품과 하람, 그리고 코셔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3.10 10: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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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된 식재료로 만든 '할랄(Halal)'식품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기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정상회담에서 할랄식품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죠.

전 세계 18억명에 달하는 무슬림이 대상인 만큼 할랄식품은 최근 들어 세계 농식품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랄이란 무엇일까요. 이슬람 율법에서는 신도인 무슬림에게 허용되는 사물·행동과 금지되는 사물·행동을 구분해 규정하고 있는데요. 허용되는 것이 바로 할랄이고, 금지되는 것은 '하람(Haram)'이라고 합니다.

무슬림은 음식물도 아무 거나 섭취하지 않고 반드시 할랄식품만 먹어야 한다는 얘기죠. 채소, 과일, 곡류 등 비육류성 식품과 해산물은 모두 할랄식품이라고 할 수 있고요. 육류는 소, 닭, 양 등 허용된 가축을 율법에서 규정한 처리방법에 따라 도축된 것만 할랄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알콜성 음료, 돼지고기, 육식동물의 고기, 파충류, 곤충 등은 하람에 막혀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돼지고기나 알코올성분이 들어있는 가공식품도 역시 금기 식품입니다. 

예전에는 할랄이라고 할 경우 일반적으로 식품만을 의미했는데요. 최근에는 의약품, 화장품 등을 비롯해 식당, 금융, 관광 등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할랄식품과 함께 대표적인 종교 식품인 '코셔(Kosher)'도 짚어볼까요. 코셔식품은 유태교의 율법에 따라 처리, 가공되는 것입니다. 유태인 인구는 무슬림에 비해 상당히 적죠.

그렇더라도 코셔는 무슬림도 섭취 가능한 만큼 코셔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하는데요. 유럽과 북미 등에선 건강하고 위생적인 웰빙식품으로 꼽을 정도라죠. 이렇더라도 할랄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생소한데요.

하지만 세계 농식품시장에서 특히 중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네요. 최근에는 유럽·북미의 채식주의와 친환경식품 소비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하죠. 이에 발맞춰 세계 유명 농식품회사들도 앞을 다퉈 식품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할랄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알려지면서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3~4년 전부터 몇몇 식품기업은 할랄인증을 획득해 상품을 수출하고 있는데요.

할랄식품은 공정이 엄격하고 식재료가 깨끗하게 관리돼 성장전망이 높은 산업이지만, 중동 현지시장에 대한 정보부족과 현지 소비자의 한국식품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진출에 힘겨워한다는 전언이 나옵니다.

우리기업의 중동 지역 식품 수출은 2013년 현재 2억3000만달러에 불과하고, 그나마 비(非)할랄식품인 담배·커피가 주품목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차에 박 대통령이 UAE와 정상회담을 통해 할랄식품 관련 MOU를 맺었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죠. 이번 MOU로 우리 정부와 UAE는 △할랄식품 관련 정보공유·인증체계 마련 △한국 내 할랄푸드 테마파크 조성 등을 공동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청와대는 2012년 기준 1조880억달러 할랄식품 세계시장이 오는 2018년에는 1조6260억달러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이 수치는 전체 식음료시장의 14.4%를 차지하는,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세일즈 외교' 성과 홍보가 한창인데요. 모쪼록 순방 성과가 헛구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