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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의 반란 & 광주 진격투쟁, 성공할까?

계파 패권주의 신물 VS 배신과 분열의 정치 선택

김성태 기자 기자  2015.03.09 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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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광주를 텃밭으로 생각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치지형에 강력한 변수가 생겼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광구 서구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

천 전 법무부장관은 이날 오전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4.29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은 정치적으로 홀로서기에 실패했다"며 "무기력에 빠진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고, 희망을 잃어버린 야권을 재구성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탈당 이유에 대해서는 "언제부턴가 당은 비전을 상실하고 소수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는 정당으로 전락했다"며 "선거는 져도 계파만 살아남는 계파 패권주의 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새정치연합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새정치연합 견제를 위한 시민후보 추대와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천 전 장관은 "기성 정당의 안팎에서 확고한 개혁의 방향에 동의하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진보세력들과 양심적 인사들을 망라해 광범위한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제언했다.

광주지역 민심 '천정배가 왜?'

천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조영택 전 의원보다 자신이 파괴력에서 앞섰다는 판단을 내린 모습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광주 서구을 지역은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당선된 곳이며, 진보진영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다수 배출한 지역인 만큼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토성이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천 전 장관은 이 같은 배경을 국민모임이 독자후보를 내지 않은 채 자신을 지지해주고,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시민후보로 밀어 주거나 새정치연합을 견제하기 위한 범야권 진영이 단일후보에 올릴 경우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의 여론은 법무장관을 지내고 4선 중진이며 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천 전 장관의 광주 출사에 어리둥절하다는 모습이다.

당으로부터 정치적 핍박을 받은 바 없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모두 누렸던 천 전 장관이 텃밭 광주에서 타도 '새정치연합'을 외치며 새정치연합 후보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것.

또, 문재인 대표가 이번 보궐선거 공천을 전략공천이 아닌 자율경선에 맡겨 갈등요소를 원천봉쇄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천 전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범야권 단일화 경선 제안할 배짱은 있나?

새정치연합 광주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천정배 전 의원의 탈당은 당의 믿음과 성원을 저버리는 결정"이라고 개탄했다. 

시당은 이날 "한 달 전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국민통합과 탕평 그리고 재보궐 선거에서 예외 없는 경선원칙 확정 등 정당 개혁에 박차를 가하며 국민적 지지를 회복 중인 상황에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더불어 "천 의원은 4선 국회의원과 수많은 당직, 법무장관의 영예도 누려왔으나 천 의원의 오늘 결정은 대의명분을 위해 선당후사의 길을 걸었던 두 분의 길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천 전 장관의 탈당의 변에 맞섰다.

조영택 새정치연합 서구을 예비후보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배신과 분열의 정치가 정치지도자의 도리인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개탄했다.

조 예비후보는 지난해 광산을 보궐선거 당시 "당이 전략공천으로 시민의 대표자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된다"며 경선을 요구한 천 전 장관의 주장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그런데 이제 와서 당 지도부가 공정한 경선을 보장했음에도 탈당한다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도리인지, 이야말로 자가당착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조 예비후보는 "천정배씨가 언제부터 광주사람이었는지, 호남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무엇인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호남정치 부활'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각을 잡았다.

누릴 것은 다 누린 사람이 '무소속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고 논리도 옹색하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광주시당 관계자는 "지난해 중앙당의 전략공천에 맞서 경선을 주장하던 천 전 장관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자율경선을 보장한 중앙당의 방침에도 탈당을 선택한 것은 '밥상을 차려달라'는 요구가 거부된 것에 대한 반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 보태 "천 전 장관이 시민후보 추대와 야권 진영 단일후보 추대를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서구을은 전통적으로 진보진영의 세가 강한 지역"이라며 "강은미 정의당 후보 등과 단일화를 위한 경선을 제안할 배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