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족수 미달에 따른 주주총회(이하 주총) 무산을 막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확대를 위해 도입된 '전자투표제'가 정작 실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섀도우 보팅(Shadow Voting)의 대안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주총 개최일 집중과 개최지의 분산 등으로 인한 의결권 행사제약을 해결하고자 실시됐다. 그러나, 의결권 행사 철회 및 변경이 불가능하고 섀도우 보팅이 절실히 필요한 일부 상장사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무시한 '법' 위의 일방적 제도라는 비난을 받는 것.
◆"의결정족수 25% 충족시킬 현실적 제도 필요"
섀도우 보팅은 정족수 미달에 따른 주주총회 무산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주주가 주총에 불참해도 참석한 주주의 의결권 찬반 비율에 맞춰 권리가 행사된다. 그러나 대주주의 정족수 확보수단으로 변질되며 그들만의 의사결정권이라는 비판이 일자 소액주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전자투표'가 도입됐다.
전자투표는 상법 제368조의4, 상법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전자투표 시스템에 적속,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올해만 유가증권 61개사, 코스닥 119개사, 비상장 1개사 등 181개사가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감사 및 감사위원의 선임·해임안 또는 금융위원회에서 정해 고시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법인의 경우 주총 안건에 대한 섀도우 보팅이 가능하지만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오는 2017년 말까지 폐지 유예된 상태다.
섀도우 보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편도 존재한다. 최대주주의 비율이 적고 소액주주가 많은 상장사일수록 의결정족수 '25%'를 채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주총이 부결될 경우 감사 및 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등 재절차를 거쳐 다음 주총을 열기까지 40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많으면 보통결의가 가능하나 보통결의도 안 되는 회사들도 상당하다"며 "특히 최대주주 중 기관이 없는 회사일수록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더해 "보통결의가 안 될 경우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는 관리종목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저히 커진다"며 "전자투표 투표율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섀도우 보팅을 악법으로 치부하기엔 일방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의결권 확보 수단으로 전자투표제가 도입됐지만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섀도우 보팅의 문제가 아닌 회사 구조 문제"라며 "섀도우 보팅에 따른 대주주들의 악용은 차단하면서도 25%를 충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자투표 시행 앞두고 걸림돌 '수두룩'
이 같은 상황에서 전자투표의 명암이 갈리고 있다. 서면투표의 경우 정관에 따라 주총에 출석하지 않고도 서면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주총 현장에 참석할 경우 의견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투표는 서면투표와는 달리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주총 현장에서 투표를 번복할 수 없다. 상법 시행령 제13조 3항는 전자투표를 한 주주는 해당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는 명시를 담았다.
이와 관련 상장사 관계자는 "자의적 해석으로 총회장에 와서도 철회를 할 수 없다는 건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온라인시스템으로는 철회할 수 없지만 총회장에서는 철회할 수 있도록 조문을 변경하거나 구체적 명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의결권 행사에 가려진 전자투표 사각지대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찬반만 존재하는 전자투표의 특성상 발언권이 제한되고 논의·회의의 성격이 퇴색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연령층이 높은 소액주주들에게 과연 전자투표제가 실효성이 있는 의결권 수단으로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투표의 의결권 철회가 불가능한 것은 집계 혼선을 피하기 위한 편의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법으로 정해진 만큼 시스템을 총괄하는 예탁원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의결권 찬반 비율에 의해 결정되는 섀도우 보팅은 극단적인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게 맞다"며 "전자투표제의 문제 이면에 소액주주들이 손쉽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