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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113] 가슴 뜨거워지는 국밥 한 그릇 '정동국밥'

한 끼 식사로 불우이웃 도와…매년 7000개 도시락 불우이웃에 전달

이지숙 기자 기자  2015.03.09 17: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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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서울시청 건너편 덕수궁 옆 돌담길. 시청과 도로 하나를 가운데 두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성공회빌딩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 초입에 '정동국밥' 간판이 보인다. 음식점이 있기엔 다소 외진 곳에서 구수한 국밥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이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까닭인지 정오가 채 되기도 전에 삼삼오오 점심을 먹으려는 손님들이 국밥집 안에 들어섰다. 평범해 보이는 국밥집이지만 이 국밥집이 특별한 것은 국밥 한 그릇을 먹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착한 국밥'이기 때문.

5일 오전 정동국밥을 찾아 이 특별한 음식점을 꾸려가는 성공회 푸드뱅크 대표 김한승 신부를 만났다.

◆국밥 한 그릇으로 함께하는 봉사

김한승 신부는 1998년 5월 성공회 푸드뱅크를 세우면서 여러 사회봉사 활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주먹밥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고 대신 점심 값을 기부하는 주먹밥 콘서트 등은 이색 봉사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신종플루 유행과 대통령 서거, 천안함 사태, 구제역 파동 등이 연이어 터지며 콘서트를 중단하게 됐다.

"2008년 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주먹밥 콘서트가 3년간 중단되며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작은 액수라도 점심 값을 기부하는 다른 일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생각한 것이 '국밥'입니다.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가능하죠."

하지만 주먹밥 콘서트 성공 뒤 자신감으로 뛰어든 국밥 장사는 달랐다.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문제부터 홍보, 마케팅도 필요했다. 

"지금 생각하면 몰라서 용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행히 인연이 있었던 음식칼럼리스트 김순경 선생님의 도움으로 평원식품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노하우를 전수받아 정동국밥을 차릴 수 있었죠. 또 소액투자자로 8700만원을 모아준 580명의 후원자들도 정동국밥을 있게 한 분들입니다."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2012년 4월 문을 연 정동국밥은 외진 곳에 위치했지만 금새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하루 평균 돼지국밥 기준 150~200그릇이 판매돼 한 달 평균 매출이 3000만원에 이른다.

"음식점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에요. 평안식품에서 14시간 우린 육수와 국산돼지의 머리고기 등을 제공받습니다. 오랜 시간 육수를 내 어린 아이들도 먹을 수 있도록 돼지 비린내를 잡았죠. 돼지국밥이 부산 대표음식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제 부산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고 칭찬하는 분들도 계세요."

◆매년 7000개 도시락 불우이웃 품으로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노숙자들이나 독거노인들을 위해 쓰인다. 정동국밥에서 매주 화요일, 금요일 두 차례 조리되는 급식 도시락은 온정이 필요한 서울 곳곳으로 보내진다.

"매주 450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영등포, 관악구, 이화동에 독거노인, 노숙자 분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결핵 노숙인들을 위해 50그릇의 국밥도 보내주고 있어요."

이렇게 온정을 담아 곳곳에 퍼지는 도시락은 1년에 약 7000그릇 정도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등으로 재정이 악화돼 국밥 기준으로 약 5000그릇이 불우이웃에게 공급됐다.

올해 목표는 중단됐던 화요일 무료급식을 다시 시작하는 것. 김 신부는 올해 개소 예정인 정동국밥 2호점 운영을 시작하면 하반기에는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동국밥은 외진 곳에 위치해 수익이 일정수준에 도달한 후 정체를 겪고 있다. 이런 만큼 하나은행의 도움을 받아 정동국밥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 김 신부는 "내달 오픈을 목표로 잡았는데 종로 젊음의 거리에 위치해 월매출 최대 1억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곳에는 국밥집 오픈에 참여한 하나은행 8000명의 직원 이름이 걸릴 예정으로 올해는 약 1만끼의 급식봉사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꿈 많은 특별한 '김환상' 신부님 "꿈이 현실로"

김 신부의 일주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매주 국밥집 장사에 서울 곳곳으로 보내지는 급식 도시락, 정동국밥 2호점 오픈 준비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법한데 독서대학 사업, 시간은행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외국인 대상의 한식투어, 초등학생들을 위한 농장운영 등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얼마 전에는 일요일 쉬는 국밥집을 이용해 '국밥집교회'도 열었다.

"예전에는 엉뚱해서 별명이 '김환상'이었어요. 누군가는 제 직업을 두고 '소명을 받는다'고 하는데 저도 17년간 푸드뱅크 일을 할 줄 몰랐어요. 푸드뱅크, 시간은행, 독서대학 등 각각 역할이 따로 있는데 강좌사업은 현재 빚만 있지만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것보다도 인문학 책 한 권을 읽도록 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앞으로 그는 사회적기업으로 정동국밥을 성공반열에 올려 그릇된 소비문화, 학대받는 동물들, 환경문제까지 연계된 문제를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다.

인터뷰 말미 김 신부는 "사회적기업으로 국밥집을 세웠을 때 단순한 '국밥집'이 목표가 아니었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돈사를 초등학교에 지어 아이들이 돼지를 직접 기르며 고기에 대한 생각, 생명체에 대한 생각을 바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라오스 등에 농업보건학교를 세워 푸드뱅크와 함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계획이 있다"며 "많이 바쁘지만 이를 통해 변해가는 아이들과 밝아지는 노인분들을 보면 힘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