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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가재산 피플스 그룹 대표 기자  2015.03.09 16: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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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인생의 진리로 사이클로이드(Cycloid)곡면이라는 게 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어떤 면(面)을 타고 물체가 내려올 때 최단거리를 잇는 직선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보다 우회곡선을 타고 내려올 때 더 빠르다는 사실이 이론과 실험에서 밝혀진 것이다.

가령 매는 상공을 맴돌다 지상에 있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냥 직진하지 않는다. 먼저 수직에 가깝게 낙하해 지구의 중력가속을 적절히 받아 속도를 높인 뒤 먹잇감을 향해 수평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낚아챈다.

조류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매가 직진할 경우 최대속도는 시속 168㎞지만 중력가속으로 높아진 속도는 시속 320㎞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조상들은 기와집 처마를 직선으로 하지 않고 곡선으로 빗물이 흐르게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는 4강에 진입시킨 명장이지만 한때 '오대영'이라는 비난 섞인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세계 정상팀과 싸우려면 기초체력부터 키워야 한다고 하면서 기초체력을 키우는 동안 한국팀은 번번이 5-0 등 큰 점수차로 패했다.

기초체력 목표치에 도달하자 한국팀은 기술과 전술훈련에 매진했고, 드디어 우회 축적된 능력을 발산하면서 월드컵 4강에 올라 갈수 있었다. 이처럼 인생도 단기에 집착하지 않고, 먼 후일을 위한 운동에너지를 축적하는 장기적 지혜가 필요하다.

음악이나 글에는 쉼표가 있다. 글에 마침표만 있고 쉼표가 없다면 너무 지루하고 문장이 길어지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요점을 파악하기조차 힘이 들게 된다. 만약 음악에도 쉼표가 없다면 금방 힘이 들고 숨이 막히고 만다. 우리의 삶에서 더 멋진 인생,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쉼표가 있어야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인생에 쉼표가 없이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대부분이 그저 달리기만 하다가 중도 퇴직이나 정년을 맞게 되면 준비된 제2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녹녹치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직이나 은퇴를 '끝이나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은퇴라는 말이 영어로는 Retire인데 'Re+tire', 즉 '타이어를 바꾸어 낀다'의 의미로 생각한다고 한다.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을 쉬고 다시 시작하라는 중요한 메시지이자 새로운 출발의 계기라는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은 쉼에 대해서 바쁘다는 핑계만으로 너무나 무관심하고 인색하다. 우리들은 삶의 의미, 사랑, 행복, 여유가 뭔지도 모르고 헐레벌떡 앞만 보고 뛰어다닌다.

그러나 숨 가쁘게 달리다 뒤를 살며시 바라보는 순간 내게 주어진 풍성했던 모든 것들이 차츰 우리 곁에서 떠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최근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업무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96%로 미국(40%) 일본(61%)보다 월등하게 높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퇴직이나 정년이 빠르게 다가온다는 사실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상시 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조기 퇴직이 성행하다보니 막상 한 분야, 한 직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인들한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잠시라도 뒤를 볼 겨를도 없이 직장을 그만두면서 지금까지의 경력이 급작스레 무용지물이 되는 '커리어 쇼크(Career shock)'를 겪는 것이다.

이제 고령화 100세 시대를 건강하고 세상에 유익하게 살아가려면 60년 경제수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20대도 60년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고, 60대도 은퇴가 아니라 20년은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2060의 지혜'를 가져야만 한다.

따라서 커리어 쇼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회사에 근무하는 중에도 적당한 쉼이야말로 먼 미래를 위한 좋은 에너지이며 충전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충전을 해나가는 동안 행복이란 무엇이고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도 되뇌어 보면서 자신만의 또 다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질 리포베스키는 '행복의 역설(逆說)'이라는 책에서 "사람들은 행복이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심한 절망과 상실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흔히 슬픔이 묻어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잡으려고 마구 앞만 보고 쫒아만 가서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허구한 날 똑같이 이어지는 삶 속에서 자신의 빛깔은 바래고 쉼표 없이 도도히 흘러가는 타성의 흐름에 지금 우리는 떠내려가는지 모른다.

이제  대나무에는 마디가 있어서 단단해지듯이,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 주위도 살피며 적당한 쉼표를 찍어가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

음표뿐만 아니라 쉼표가 음악을 완성하는 것처럼, 때로는 삶에도 빈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재산 피플스 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