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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탁기 반덤핑 관세 충격 "수출경쟁력 강화 어떻게?"

보호무역 억지 강하지만 구조변화는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3.09 13: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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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히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이번에 한국 세탁기에 높은 반덤핑 마진을 매김으로써 수출에 족쇄를 채웠다.

과거 세탁기 사례에 비해서도 껑충 뛴 마진율 자체도 눈길을 끌지만 세계적으로 비판받던 자국 정책의 무리수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화된 적용 방식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 우려를 더한다. 경쟁력이 약한 자국 제조업을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의 강도가 갈수록 세질 것임을 공공연히 선언한 셈이기 때문.

이 같은 미국시장 수출 상황 악화는 이미 연초에 강관 수출 등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세탁기나 강관 등 개별 품목의 대응뿐 아니라 수출 관련 체질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이에 따라 제기되는 시점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한국 세탁기 강타한 새 마진 산정방식 "논란, 왜?'

9일 현재 무역협회 등이 파악한 윤곽선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가 이번에 반덤핑 연례재심 예비판정에서 삼성전자와 동부대우전자에 적용한 방식은 과거의 '제로잉'보다 더 강화된 틀이다.

수출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가격보다 지나치게 낮게 수출물량을 밀어내는 경우에 대응해 덤핑마진을 부과하는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출가격이 꼭 내수가격보다 낮게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국제무역 상황에서는 수출가격이 내수가격 대비 낮은 경우는 물론 높은 경우도 반영해 양쪽을 상쇄한 결과로 산정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수출가격이 내수가격보다 높은 경우는 제외하고 낮은 경우만을 적용해 수출국에 불리하게 덤핑마진을 계산하는 독특한 정책을 고집해 왔다. 이런 제로잉 방식 채택 자체가 수출국들에게는 크게 불리하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가 제로잉 방식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WTO의 지적에도 미국은 한층 강화된 방식을 적용했고 이번에 우리 세탁기가 문제가 됐다. 수입된 전체 물량이 아니라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판매된 물량에 대해서만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표적덤핑' 방식에 제로잉을 결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예비판정에서는 미국 시장에 판매된 우리 세탁기 제품 덤핑마진이 82.41%나 나왔다.

제로잉 무리수 논란과 비교해도 비약적인 상승이다. 이미 2013년 미국 정부가 내린 세탁기 관련 판정에서는 삼성전자에 9.2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해 문제가 됐으므로 이번 마진 예비판정이 준 충격파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특정시기 집중 공략 방식 주목? '전략변화 필요'

이번 새 계산법에 관해 논리적 무리수라거나, 국제무역질서상 용납되기 어려운 정책의 입안이라는 비판을 차치하고 대책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는 미국에 수출할 우리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본질적 변화가 요청된다는 '고난이도의 숙제'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미국 무역정책 당국이 주로 대미수출에 초점을 둔 구조의 기업에 대해 철퇴를 휘두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강관 사건에 이어, 미국 등 글로벌 전반에 수출하는 기업에도 경계의 눈길을 보내며 수출을 추구하는 방식에 집요한 감시를 편다는 추론을 이끈다.

참고로, 강관 케이스는 미 무역정책 당국이 우리나라 유정용강관의 약 98%가 수출가격과 비교가능한 우리 내수가격이나 제3국 수출가격이 없음을 노리고 대미 수출품에 대해 구성가격에 의한 덤핑율을 산정한 경우다, 우리 국내기업의 이윤율이 아닌 다국적 기업의 높은 이윤율을 반영해 고율의 덤핑마진을 산정했다.

이처럼 대미 의존도가 높고 다른 기준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 '이현령비현령'으로 공세를 폈다. 여기 이어 이번 세탁기 반덤핑 케이스에서는 어찌 보면 판매자 고유 권한이라 할 수 있는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 어떤 가격을 적용했는지까지 세세하게 공격한다는 미국 상무부의 속내가 드러났다. 

강관 케이스는 내달께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패널 설치가 예정된 만큼 진행 경과를 더 봐야겠으나, 계산방법과 조사절차 등을 문제 삼으면 될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오히려 논리구조상으로는 간단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탁기 경우는 오히려 더 강력한 족쇄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요인을 가까운 시일 내 더 크게 높여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타깃을 설정하고 가격의 변화 적용으로 추가 구매를 끌어내는 것은 중진국형 수출방식이다. 다만 이미 우리기업들이 글로벌 다국적화되고 크게 기술력을 강화해온 상황에서도 이전부터 사용해 오던 이 전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 것도 사실이다.

재벌만 돕는 수출정책 비판에도 맞서야

미국의 속내가 사실상 덤핑에 크게 의존하는 중진국 수출전략의 단맛에서 한국 기업들이 아직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실제 표출됐다면, 다른 측면에서 꼬투리를 잡힐 가능성도 짚어야 할 시점이다.

이번 교율의 덤핑마진 부과 논란에 앞서 이미 2013년에 세탁기 반덤핑 문제가 부각됐던 경우가 있었음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다만 그 당시에 개별 전자회사들의 반론 제기가 주요 관건이어서,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 당국이 한국업체에 제공하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의 보조금 판정 여부가 대미시장 세탁기 수출의 반덤핑 구성요소인지 또 다른 이슈였던 점은 기억하는 이가 적다.

문제는 이런 제도들이 수출을 사실상 보조하는 도구라는 총론적 비판은 번외로 두더라도, 실제 '수출에 주력하는 일부 한국식 대기업, 즉 재벌에만 치우친 정책'이라는 세부적인 측면도 강하다는 것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은 한때 폐기까지 거론, 추진된 바 있지만 아직 존재하는 상태로 대기업(재벌)이 혜택을 받는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세액공제의 경우 상위 10대 기업이 돌려받은 세금(2009년 납부 기준)은 1조7665억원으로 전체 감면액(3조6350억원)의 48.6%에 이르렀다. 감면액의 절반 정도가 10대 기업에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 혜택을 입는 대기업은 속칭 재벌이자,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이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이슈는 이미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업체들이 보조금 및 가격 꼼수와 관련한 비판을 받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카드를 쓰는 데 추가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기술력과 디자인 등 경쟁력 본원적 강화에 정면승부를 우리 대기업들이 걸어야 할 시기를 미국 당국이 강제로 설정한 셈이므로, 개별 사안에서 WTO 판정 결과를 준비하는 데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전반적 수출 어젠다를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그래서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