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의 금호고속 인수 여부 결정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호그룹을 둘러싼 곳곳에서 암초가 발견되고, 사방이 적으로 돌아선 까닭이다. 당장 금호고속 인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결정일이 9일로 예정됐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금호고속과 함께 금호산업 인수를 마쳐야 흩어졌던 계열사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인수 철회에 따라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에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
◆의외의 복병 '호반건설'
금호산업 인수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박 회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든 곳은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4곳까지 모두 5곳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9일부터 5주동안 금호산업에 대한 예비실사를 거친 뒤 다음달 중순 경 우선협상 대상자를 정할 계획이다.
당초 호반건설의 인수전 참여는 호반건설이 가진 금호산업 주식에 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으로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최근 금호산업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시세 차익을 노린 인수전 참여라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지분 4.95% 전량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은 박 회장 측과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는 인수전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두 기업이 금호산업 인수 건을 사이에 두고 하루아침에 '적'이 돼버린 상황이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의외의 복병으로 꼽힌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 불참의사를 전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을 원하는 금호산업 인수 기업에게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넘기고,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전언이 나온다.
이는 2009년 말 '형제의 난' 발생 이후 사실상 절연상 상태인 박찬구 회장이 박 회장의 손에 승기를 쥐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맥이 같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호그룹은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을 되찾기 위해 오는 9일까지 금호고속 인수 여부를 채권단에 알려야 한다.
◆금호고속 인수 결정 잡음 무성
문제는 인수 여부 결정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인 IBK투자증권-케이스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와의 잡음이 아직도 무성하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3일 IBK펀드는 금호그룹 측에 금호고속 매각가격이 담긴 매각제안 공문을 보냈다. IBK펀드가 제시한 금액은 5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금호고속의 적정가격이 2000억원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IBK펀드가 2012년 금호고속을 인수할 당시 3310억원을 들였지만 금호고속에 전가한 차입금 2000억원과 배당금을 빼면 실제 인수가격은 910억원에 불과하다는 제언이다.
이 밖에도 양측의 대립각은 다른 곳에서도 목격됐다. 지난해 8월 매각 작업 시작된 이래 금호그룹의 매각 방해와 이에 따른 대표이사 해임으로 촉발된 양측 신경전은 △출근 저지 △사무실 점거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됐다.
가장 최근에는 금호고속 인사 문제로 마찰이 있었다. 금호그룹이 새로 임명한 금호고속 대표에 대해 IBK펀드 측이 반발하고 나선 이유에서다.
지난 2일 IBK펀드는 금호그룹에 '금호고속의 대표이사 선임은 무효'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의 일방적인 대표 인사는 용납할 수 없으며, 주주총회에서도 선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금호그룹은 이달 1일 이덕연 금호고속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선임했고, 김성산 전 금호고속 대표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두 사람은 지난해 금호고속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IBK펀드와 부딪혔던 인물들이다.
금호그룹의 금호산업·금호고속 인수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금호그룹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에게는 금호산업이 인수 1순위고, 금호고속은 2순위"라며 "마찰을 빚었던 금호고속과의 인수전 행태를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도 이어간다면 인수가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금호고속 매각을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케이스톤파트너스 측에서 언론공개를 반기지 않고 있어 정확한 분위기 파악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IBK펀드가 없었으면 금호고속은 벌써 공중분해됐을지도 모른다"며 "IBK의 지원으로 그룹이 살아나니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잦은 출동과 마찰로 이슈가 되는 것은 금호그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