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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랜드 없는 국가브랜드사업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3.03 17: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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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이 아이싱으로 미국의 권위 있는 주류품평회 '2015 국제 동부 와인품평회'에서 사케(Sake) 부문 중 최고 제품에 수여하는 '베스트 오브 쇼' 제품에 선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이싱은 지난달 10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에서 열린 이 품평회 중 사케 부문에 출품했고 △더블골드(Double gold) △베스트 오브 클래스(Best of class) △베스트 오브 쇼(Best of show) 세 개 부문 수상의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우리 전통주인 막걸리가 사케 부문에 출품해 최종 결선에서 '베스트 사케'에 선정됐다는 소식은 환한 미소가 아니라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뜻하는 사케(酒)는 원래 일본에서 술을 총칭해 쓰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일본 술이라는 뜻으로 보통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는 탁주(濁酒)의 일종으로 술을 빚은 다음 청주(淸酒)를 떠내지 않고 고스란히 걸러 적당량의 물을 섞은 후 다시 거른 만큼 방식에 차이가 있다.

이렇듯 엄연히 다르게 주조된 막걸리와 사케가 각 나라의 전통주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 일본을 대표하는 주류부문에 출품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난 시간 동안 우리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반성하게 만든다.

이 품평회는 1975년에 시작돼 올해로 41회째를 맞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주류품평회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로 미국에서 펼쳐지는 대잔치에서 당당히 제 몫을 한 국순당 아이싱은 술로 한국을 알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일본이 40여년 된 주류품평회에 '사케'라는 카테고리를 만들 정도로 부단히 노력했던 것과 달리 그 발판이 없어 일본 술의 대명사 카테고리에 출품했다는 사실은 한국인이라면 모두 부끄럽게 여긴다고 해도 정부는 할 말이 없다.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 일제 강점기 시대 때 손기정 선수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일장기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시상식 스타디움에는 일장기가 오르고 일본 국가인 기마가요가 흘렀다. 손 선수의 우승소식은 조선인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됐지만 일장기를 품은 그의 가슴에 꽂힌 시선은 모두를 눈물짓게 했다.

현재 우리정부는 외국 교과서 내용에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내용이 잘못 기술된 경우 오류를 시정하고 한국 관련 내용 증설을 유도하는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과 K-POP 등 한류열풍을 앞세워 미국·일본·중국 등에 비해 비교적 홍보가 부족했던 '한식 알리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비빔밥, 막걸리, 과자, 커피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기업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시장을 향해 당당히 제품 기술력과 우수성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에 부응해 정부는 이미지 홍보에만 머물지 말고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제품들을 특색과 경쟁력이 있는 각각의 브랜드와 세부 제품으로 구분해 국가 알리기 사업을 구체화해야 한다. 한국의 위엄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일은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