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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이병기 카드' 약일까 독일까

朴 대통령 국정 운영 스타일 변화 예고…집권 3기 출범 내각·청와대 조직개편 마무리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27 18: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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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파격적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비서실장 교체를 시사한 뒤 이완구 국무총리 발탁과 청와대 조직개편, 4개 부처 개각 등에 이어 46일 만에 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집권 3기 출범 내각과 청와대 조직개편이 마무리됐다.

또 국정원장에는 이병호 전 안전기획부(현 국정원) 2차장이 발탁됐다. 청와대 홍보수석에는 김성우 현 대통령 사회문화특보가 기용됐다.

신설된 대통령 정무특보에는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임명됐다.

홍보특보에는 과거 민주당 쪽에 몸담았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으로 옮겨온 김경재 전 의원이 추가 임명됐다.

◆전반적 보좌와 국정 조언자…비서실장 권학·역할 축소

이날 박 대통령이 단행한 인선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인사는 단연 비서실장이다.

그동안 청와대 비서실장에 막강한 권한과 역할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은 청와대 조직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에까지 막강한 장악력을 발휘했다.

이 같은 막강한 권한과 역할은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의 틀을 잡는 데 기여했지만, 한편으론 '왕실장' 등으로 불리며 청와대 불통(不通)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비서실장 발탁 배경에 대해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대통령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해 산적한 국정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하고 국민과 청와대 사이의 소통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데서도 박 대통령의 의지가 읽혀진다.  

특히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에 그간 거론되지 않은 현직 국정원장이자 자신의 '정치적 멘토'인 최측근 인사를 전격 발탁하는 '깜짝카드'를 내밀면서 앞으로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새 비서실장은 향후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해 폭넓은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임 김 실장과는 달리 권한과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돼 전반적인 보좌와 국정의 조언자 역할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다.

◆참신·개혁 인사 저울질…일부 고사로 인선 늦어져

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내각 중심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정책조정을 통해 힘있는 정책 추동력을 확보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힘을 싣는 동시에 후임 비서실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5일 처음 열린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 결과 모든 국정과제와 정책을 입안부터 홍보·집행까지 당을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후임 비서실장의 권한 축소가 전제된 것으로 풀이됐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비서실장 교체 카드를 놓고 다양한 인사를 저울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파동' 뒤부터 이어지는 정국의 위기를 돌파할 참신한 인사의 발탁 필요성이 제기되자 몇몇 개혁적 인사들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부는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의 인선내용 발표가 있은 뒤 이 비서실장 내정자는 "어려운 상황에서 실장직을 맡게 됐다"며 "여러 번 사양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서…"라고 소감을 밝혔다.

◆신설 정무특보단…주호영·김재원·윤상현 親朴 일색

신설된 대통령 정무특보에 임명된 여당 의원들의 면면도 짚어볼 대목이다. 주호영, 김재원, 윤상현 의원은 모두 친박(親朴·친박근혜)계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개각에서 친박계 3선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과 재선의 유일호 의원을 각각 해양수산부장관과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내정한 바 있다.

이로써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장관에 이어 의원 겸직 각료는 모두 6명으로 늘어났고, 정무특보단 3명도 모두 친박계 인사로 꾸려졌다.

초기 내각과 비교하면 정치인 출신 비중이 강화된 가운데 대통령 지근거리에 친박계 의원들의 포진은 당·청 간 소통강화와 동시에 비박(非朴·비박근혜)·비주류 지도부가 구축된 당에 대한 견제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제까지 당정청 회동이 정부와 청와대의 결정을 하달하는 형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책 입안부터 집행까지 전 과정을 당이 사실상 주도하기로 결정, 힘의 무게중심이 여당으로 확연히 기운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野 "유례 없는 잘못된 인사…정보정치 공안정치 망령 되살아나"

이 비서실장 내정자가 국정원장에 임명된 지 불과 8개월 정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됨으로써 외교안보라인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야당에선 인선내용 발표 직후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국정운영의 중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 없는 잘못된 인사"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인사혁신을 통해 국정운영기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불통 인사이며, 국민 소통과 거리가 먼 숨 막히는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통과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비서실장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해서 정보정치,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친박 친위부대가 대거 포진된 정무특보단, 이병호 국정원장 내정 또한 국정원 개혁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무시한 실망스러운 인사"라고 꼬집었다.

한편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잘 아는 분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적재적소의 인사"라며 "외교와 정무 경험이 풍부한 정보통으로 '왕실장'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라 업무지향형 실무 비서실장으로 청와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