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회견 열고도 청암대학 '청(靑)'자도 안나온 허망한 사연

박대성 기자 기자  2015.02.26 18:58:5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공금횡령과 성추행 등의 혐의로 연일 내분을 겪는 전남 순천 청암대학(전문대) 측이 일련의 사태를 언론을 통해 알리겠다며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정작 언론에는 청암대의 '청(靑)'자도 보도되지 않아 어이없는 기자회견이었다는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순천청암대는 25일 오후 5시 대학본부 1층 회의실에서 취재진 20여명과 총학생회 간부진이 참석한 가운데 모 학과에 대한 자체감사를 벌여 중대한 비위사실을 발견했다며 이 학과 교수 3명을 고소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교 측은 기자회견에서 모 학과 교수들이 △공금횡령 △유용 △공무상 배임 △청렴의무 위반 △품위손상 △성실의무 위반 등의 징계사유가 있어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이남교 부총장이 주재했으며 약 1시간 동안 학교 측의 징계를 결정하게 된 사유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회견장에는 여러 의혹의 당사자인 강명운 총장이 나타나지 않았고 기본적인 회견문조차 없어 기자들이 수기로 받아적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또한 기자회견 시각을 일간지 마감시간 이후인 오후 5시에 잡는 등 언론사 생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기자는 "안살림을 관장하는 부총장이 '모른다'는 답변이 너무 많아 도대체 아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학교설립자의 장남이자, 일본에서 영입된 강명운 총장이 서툰 한국말이라고 해도 자신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다수의 기자들 앞에서 해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음에도 뒤로 숨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지적이다. 

특정학과 감사결과를 언론과 시민 앞에 떳떳히 밝혀 더 이상 학교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가진 기자회견 치고는 알맹이가 부족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교수 3명이 소속된 학과에서 횡령과 배임죄를 저질렀다며 죄명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발표하면서도, 총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5일 오전 신입생 입학식장에서는 총학생회 간부들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등록금정책을 비판했으며, 행사장 유리문에는 "성추행 혐의와 교비횡령 및 물의를 일으킨 총장은 사퇴하라"는 대자보가 붙여졌다.

한편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총장을 비판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감봉 등의 징계처분과 함께 총장과 '애인관계'라고 주장한 같은 학과 모 교수에 대한 재임용탈락 처분을 한 대학 측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