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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악재 속 김용범식 리더십 '연초부터 흔들'

순익 30% 급감에도 '고배당' 결정, 결국 희망퇴직까지…

정수지 기자 기자  2015.02.26 18: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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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올해 초 메리츠화재로 새 둥지를 튼 김용범 사장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실적 악화와 정보 유출 등 잇딴 악재 탓에 연일 입방아에 올라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특히 영업순익이 30% 정도 급감했던 작년 실적과는 무관하게 '고배당'을 결정하며 빈축을 샀던 메리츠화재가 이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배당성향 35% 육박, 실적부진 속 배당잔치 '빈축'

지난해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과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강화정책이 맞물리며 보험사의 배당성향에 관심이 높았다. 여기에 대부분의 상장 보험사들은 배당성향을 유지·축소에 나섰지만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35%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보여 논란이 됐다. 

실제 삼성생명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25%로 전년대비 2.7%, 동부화재는 1.8%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약 8400억원으로 전년대비 14%가량 늘었고 동부화재 역시 전년보다 11% 늘어난 4400억원을 시현한 바 있다.

배당성향이 높으면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그만큼 많이 돌려주는 것인 만큼 투자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으나 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재무구조의 악화요인이 되기도 한다.

메리츠화재는 2014년 주당 배당금을 380원, 배당금총액을 399억600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배당액은 전년도 320원에서 60원 오른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이 크게 급감하면서 작년 연결기준 배당성향은 34.8%, 배당수익률은 3.1%로 각각 전년대비 23.8%, 2.8% 크게 뛰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49억원으로 전년도 1713억원보다 30%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배당금 규모도 약 400억원으로 전년 321억6000만원보다 25%가량 늘었다. 메리츠화재 최대주주는 50.01% 지분을 보유 중인 메리츠금융지주(50.01%)로 이번 배당에 따라 약 200억원의 배당금이 돌아간다.

특히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지주 지분의 약 72%, 1억242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부진에도 오너들의 '배당잔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 및 그룹 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 배당을 확대한 것이라며 재무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경영 개선을 위한 자구책 마련은 필요하나 가장 먼저 주주들이 책임을 졌어야 한다"며 "메리츠화재는 실적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 전에 주주 배당금을 줄였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당금을 높게 책정해 받고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다는 것은 조직 내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짚었다.

◆'단 1주일' 희망퇴직 신청…연장합의 없을 것

26일 메리츠화재는 중장기 사업구조 체질 개선을 위해 전 직원 대상의 희망퇴직 접수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실적부진' 탓이지만 배당잔치 이후 실적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만큼 눈총을 받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작년 매출은 전년대비 5.8% 증가한 5조2000억원이었으나 당기순이익은 전년 FY2013(2013년 4~12월) 기준 9개월 수준을 밑도는 약 1100억원에 그쳤다.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장기위험 손해율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희망퇴직 규모는 미정이며 희망퇴직자에게는 직급 및 근속년수를 기준으로 최대 32개월분의 표준연봉과 자녀학자금 최대 1000만원, 전직지원 프로그램 교육위탁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 더해 메리츠화재 전체 임원들도 연봉의 약 20% 수준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줄곧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고 직급, 고 연령 인력구조에서 인건비 효율성 개선 없이는 사업구조 경쟁력 확보와 실적개선이 힘들 것으로 판단했다"며 "희망퇴직 시일이 당겨졌지만 줄곧 노사 간 논의했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이미 생명보험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과 같이 손해보험사들의 인력조정이 시작된 것뿐"이라며 "메리츠화재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이정일 메리츠화재 노조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아니고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며 "합의조건이 파격적이어서 내부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도 "희망퇴직은 단 일주일만 실시되기 때문에 희망퇴직 희망자가 단 한 명만 나오더라도 추후 연장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