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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국회 안에 정치적 유인물 아닌 게 뭐지?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2.26 17: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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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6일 오전 9시경입니다. 생계형 기자인 터라 좀비처럼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계단을 막 올라섰습니다. 일터인 대한민국 국회로 가기 위해서죠. 그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한 장의 유인물을 내밀었습니다.

처음엔 광고전단지려니 했으나, 다시 보니 '등록금 털어감'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보이더군요. 주머니에 감춰둔 손을 억지로 꺼내 받아들고는 다시 좀비가 돼 국회 정문을 향했습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에서 내놓은 유인물 앞장에는 "자고 일어나니 등록금 털어감…/정부가 털어감/불법 기성회비를 국립대회계법을 통해 학생에게 부담"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유인물을 넘겨 뒷장을 보려고 하는 순간… "헉!" 갑자기 시야가 환해졌습니다. 노란 야광조끼를 걸치고 국회를 지키는 젊은 경찰이 제 앞을 가로막았는데요. 그는 유인물을 (국회) 안으로 갖고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텅!"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당황스러웠죠.

막힌 숨을 내뱉고는 물었습니다. "왜죠?" 젊은 경찰은 선량해 보이는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정치적 목적의 유인물은 국회 안으로 갖고 들어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무슨 지침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국회법에… 있다"라고 얼버무리더군요.

그때였습니다. 뒤쪽에서 "관련 지침이 무엇이냐?… 말도 안 된다… 절대로 (유인물을) 못 준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 중년의 신사는 거칠게 저항을 하더군요.

한때 민완(敏腕) 기자였다고 착각하는 머릿속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유인물을 경찰 손에 조용히 내밀었죠.

곧장 발걸음을 국회의사당역으로 돌렸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온 전남대학교 3학년 전다예(23)씨는 이날 오전 8시 45분경에 이곳에 도착해 유인물을 배포했다고 합니다.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말이죠.

전씨는 "정부는 그동안 기성회비를 통해 국공립대 학생들에게 부당하게 등록금을 더 걷었다"며 "기성회비 불법 판결을 받자 법을 바꿔 그 책임을 학생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해서 학생들에게 걷는 국립대회계법이 지난 24일 국회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며 "정부가 비용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법의 국회 통과를 막고자 하는 게 정치적인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국회 안에서 나도는 모든 유인물 중에 정치적인 목적을 띠지 않은 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