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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2의 김남일' 광주FC 이찬동 "감사한 게 너무 많아요"

2년차 슈퍼루키…정교하고 거친 몸싸움 '공격형 수비' 유망주

신효정 기자 기자  2015.02.26 11: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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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일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환하게 빛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찬동 선수(23, 광주FC). 아직 카메라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게 수줍다는 이 선수는 올해로 프로데뷔 2년차인 '슈퍼루키'.

데뷔 첫 시즌부터 주전자리를 꿰차 '공격형 수비' 플레이를 펼치며 생애 첫 키플레이어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본 고템바시(市) 동계훈련을 마치고 막 귀국한 이 선수는 이른 시간에 잡힌 일정에 피곤할 법도 한데 기분 좋게 인터뷰에 응했다.

아직도 축구를 처음 시작하던 날짜와 요일이 정확하게 기억난다며 "내겐 축구가 가슴 떨리는 천직인 것 같다"는 이 선수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축구는 몇 살부터 어떠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어릴 때 친하던 형의 아버지께서 달리기가 빠르니 축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하셨다. 그래서 9살에 태을초등학교 축구팀에 테스트를 보고 1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의 날짜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01년 3월21일 수요일. 축구가 너무 재밌어서 정말 열심히 했었다. 

-축구 말고 다른 운동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릴 때 워낙 시골에 살아서 야구나 농구가 있는지도 몰랐었다. 친형들과 동네 형들과 자주 같이 공차고 놀아서 자연스럽게 축구에 더 애정이 갔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야구도 좋아해서 자주 챙겨본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타종목을 잘 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야구에도 관심이 많은가.
▲나는 모든 스포츠를 두루두루 좋아하는데, 특히 야구가 참 흥미로운 것 같다. 대학 때는 류현진 선수가 선발로 나오는 LA다저스 경기는 꼭 챙겨보곤 했다. 같은 운동선수로써 류현진 선수는 야구계의 호날두(Cristiano Ronaldo) 같아 굉장히 멋있다.

-야구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은가.
▲야구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하하) 어떤 종목의 운동이든 잘 했을 것 같다. 

-프로에 오기까지 만난 감독님들 중 기억에 남는 감독님이 있는지.
▲나는 굉장한 행운아인 것 같다. 초등학교부터 프로팀까지 항상 훌륭한 감독님들 밑에서 좋은 가르침과 사랑을 받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임동문 감독님, 박정희 감독님 밑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남기영 감독님께 가르침을 받고 대학에 와서는 故 박재홍 감독님께서 돌봐주신 덕분에 광주FC 프로팀에 드래프트되어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들 한분한분 모두 아들처럼 따뜻하게 잘 대해주셔서 기억에 많이 남고 감사하다.

-현재 광주FC를 이끌고 계신 남기일 감독은 어떤가.
▲(질문이 채끝나기도 전에) 정말 멋있다. 감독님은 평소에 화도 잘 안 내시기로 유명하다. 우리가 잘 못했을 때 화가 나실 법도 한데 항상 괜찮다고 다독이며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신다. 말씀도 굉장히 잘하시고 우리와 소통을 많이 하려하신다. 시합이 끝나면 선수들 배고플까봐 먹을 꺼도 자주 사주신다. 선수들 모두 느끼는 거지만 남기일 감독님은 정말 멋진 신사 같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훌륭한 수장이 있어 광주가 지난 시즌 어마어마한 저력을 내뿜으며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 감독님은 특히 책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신다. 원정을 떠날 때도 항상 버스 안에서 책을 읽고 계신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으시는지 매번 볼 때마다 책 표지가 다르다.

-이찬동 선수는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끄럽지만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기억이 없다. 감독님께서 책읽기를 많이 강조하시지만 나는 책을 보면 잠부터 쏟아진다. 앞으로 시즌 중에 꼭 책 한권은 읽도록 노력하겠다.

-처음 광주FC에 드래프트가 되었다고 했을 때 심정이 어땠나.
▲광주에 드래프트가 되었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프로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광주에 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프로선수와 대학 아마추어 선수 때와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대학 때는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매 경기 중요해 심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프로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열띤 관중의 환호소리도 너무 신나고 매 경기 시작하기 전 오는 기대감과 떨림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는지.
▲지난해 12월3일 승강 플레이오프 때 선수들과 관중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소리치며 응원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그날 내가 슈팅한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인터넷에 올라온 게 신기해 자주 찾아보곤 한다.

-첫 월급은 무엇에 썼는지, 보통 월급 받으면 어디에 쓰는지 궁금하다.
▲첫 월급을 받으면 부모님께 잠옷을 사드리는 거라고 선배 형들이 말해주어 부모님께 잠옷을 사드렸다. 월급은 잘 쓰지 않고 매달 적금을 넣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우리 아버지는 왜 차에 관심이 없으실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아버지께서 내 나이만큼 오래된 차를 몰고 계시는데 적금을 열심히 들어 꼭 아버지 차를 바꿔드리고 싶다. 

-어린 나이에도 참 대견하다. 아버지께서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힘든 농업을 하고 계시면서도 우리 3형제를(이찬동 선수는 3남 중 막내) 다 지원해주셨다. 축구를 할 때 돈이 많이 드는데도 아버지께서는 끝까지 내 꿈을 지지해주셨다. 나도 나중에 결혼해 아들이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하면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다.

-결혼은 어떤 사람과 하고 싶은지.
▲청순하고 착한 스타일이 좋다. 여자는 무엇보다 마음이 착해야하는 것 같다. (예쁜 여자는 싫으냐는 질문에 수줍어하며) 남자들 모두 여자가 예쁘면 좋지 않나.

-사실 어린 시절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프로팀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 후)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해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꼭 전해주고 싶다. 나는 후배들이 대학교의 네임밸류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교의 명성을 쫓아가는 것보다도 정말 나를 원하는 대학, 내가 확실하게 많이 배우며 기회를 잡아 클 수 있는 곳에 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름 있는 대학교에서 시합 출전기회를 많이 못 받고 또 프로에 드래프트 되지 못해 지금까지 해온 축구를 그만두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학교의 이름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내가 환영받는 곳에 가서 많이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작년 목표는 K리그 클래식로 승격되는 것이었는데,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의 목표는 올림픽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것이다. 얼마 전 신태용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 요행은 없다며 성실하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인터뷰를 보았다. 꾸준하게 열심히 해서 어머니의 바람대로 국가대표가 되어 입신양명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대학 아마추어 시절부터 눈여겨보았던 이찬동 선수는 프로선수가 되어서도 한결 같이 성실하고 겸손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울산을 비롯해 여러 빅클럽들의 이적 제안을 받아 우쭐해질 법도 한데 자신에게 기회를 준 광주FC에게 아직도 너무 감사하다는 이 선수의 다가오는 2015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정교한 패스와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편을 압도하는 플레이로 '제2의 김남일(교토상가)'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선수가 올림픽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