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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약관대로 지급' 法 결정에 삼성생명 항소 예정

박 판사 "특약 무효는 고객에게 '불리', 수용할 수 없어"

정수지 기자 기자  2015.02.25 17: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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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살한 경우에도 일반사망보험금보다 많은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처럼 약관에 표시하고도 일반보험금만 지급해오던 보험사들의 행태에 제동을 건 법원 판결이 25일 나왔다. 

지난해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나온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같은 약관을 사용한 다른 보험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1단독 박주연 판사는 박모씨 등 2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박씨는 2006년 8월 아들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면서 재해 사망 때 일반 보험금 외에 1억원을 별도로 주는 특약에 가입한 바 있다.

당시 가입약관에 따르면 자살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박씨 아들이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삼성생명은 일반보험금 6300만원만 지급하고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은 거절했다. 

이에 대해 박씨 등이 소송을 내자 삼성생명은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이 약관도 정신질환 자살만 재해사망보험금을 주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박 판사는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이 아니더라도 보험가입 2년뒤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약관에서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의 자살을 병렬적으로 기재해 두 사안 모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통일되고 일관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판사는 "삼성생명 주장처럼 정신질환 자살과 보험가입 후 2년이 지난 뒤 자살을 나누는 것은 문언의 구조를 무시한 무리한 해석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 때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이에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특약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고객에게 불리해 수용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아직 받아보지 못해 구체적인 입장 표명이 힘들다"면서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제가 된 이번 약관은 2010년 4월 이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가 판매한 상품에 포함된 상태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보험사들은 표기상 실수라며 약관을 수정하고서 그동안 자살 때 일반보험금만 줘왔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보험금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대표적으로 ING생명에 제재를 가하면서 자살보험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지급 보험금을 주라는 금감원 통보에 보험사들은 소송으로 시비를 가르겠다며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자살보험금 공동소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ING생명을 상대로 15명이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 이외에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메트라이프생명등을 상대로 20개 재판부에서 60여명이 1차로 공동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이번 판결은 약관 명시대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수백만건을 판매하고 막상 보험금을 청구하자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꾸는 생명보험사의 명백한 잘못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아직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소멸시효 문제가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참여해 반드시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